"젠체하는 영국인에 인정받아 영광"..쿨향기 진동 윤여정 영어입담 과시

서정원 2021. 4.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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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美매체 "올해 최고 수상소감"
적절한 유머로 웃음과 공감
각종 수상 때마다 화제 만발
오스카 '1순위 후보' 굳혀
11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후 기뻐하는 윤여정. [사진 제공 = BAFTA]
"윤여정이 (미국 배우조합상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수상한다면 그녀는 확실한 오스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지난 4일 미국 영화전문매체 '할리우드 리포터'가 진단한 대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11일(현지시간)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여우조연상 '1순위'를 굳히는 쾌거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이날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윤여정을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 배우 중 최초 수상이다. 그동안 이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 '아가씨'가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연기상은 처음이다. 아쉽게도 '미나리'는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여우·남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윤여정 수상에 그쳤다.

영상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접한 윤여정은 익살스러운 소감으로 세계 영화계에 화제가 됐다.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특히 '젠체하는 것(snobbish)'으로 유명한 영국인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 줘 의미가 있고 영광"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미국 영화매체 '벌처'는 "2021년 최고의 수상소감"이라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일찍부터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줄곧 주목받아 왔다. 적절한 유머를 구사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가 하면, 짧은 수상소감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메시지를 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영화 상영 후 질의응답하는 영상이 특히 유명하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만 100만건이 넘는다. 이때 윤여정은 리 아이작 정 감독이 "한국에서 온 전설적인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아이작, 전설적이란 말은 내가 늙었단 뜻이잖아"라고 응수해 관객들 웃음보를 터뜨린 바 있다. 또 "전 한국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연기를 해 왔습니다. 근데 이번 영화는 하기 싫었습니다. 독립영화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 말은 제가 고생할 거라는 뜻이죠"라며 농담을 던져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뒤 AP통신과 인터뷰에서도 그의 유머감각이 돋보였다. 그는 드라마 촬영 후 귀국해 친구인 이인아 프로듀서와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둘이서 자축하겠다면서도 "문제는 인아가 술을 전혀 못 한다는 것이다. 혼자 마셔야 한다. 그녀는 쳐다만 보게 될 것"이라며 농을 던졌다.

이런 유머감각은 그의 천성과 더불어 십수 년간 해 온 국외 생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넘어가 13년간 살았고, 1987년 이혼한 뒤 연예계로 복귀했다. 영국 아카데미 수상 후 언론 간담회에서도 윤여정은 "나는 영국을 여러 차례 가 봤고, 10년 전 배우로서 케임브리지대에서 펠로십 프로그램도 했다"며 "('젠체한다'고 말한 것은)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카는 오는 15~20일 진행되는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있다. 윤여정은 이달 초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 이번 영국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심사위원단 유사성이 높다. '미나리'의 오스카 6개 부문 후보 지명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전문 사이트 골드더비는 현재 윤여정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 남부 아칸소에 정착하려는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얘기를 다룬 작품이다. 윤여정은 딸 부부를 돕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친정엄마 '순자'를 연기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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