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초등학생 채식주의자

한겨레 2021. 4.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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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생 채식주의자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 오신 '책 읽어주시는 학부모' 중, 한 분이 <돼지 이야기> 라는 책을 읽어주셨고, 그 책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전에는 '원산지도 모르는 이 고기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너 건강에도 안 좋을 건데? 그리고 너 하나 안 먹는다고 그게 멈춰?"라고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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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당ㅣ나도 쓴다

나는 초등학생 채식주의자다. 많은 사람들은 “으응?”이라며 의문을 갖는다.

작년 3월 마지막 날부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크게 ‘공장’과 ‘농장’으로 나뉘는데, 흔히 우리가 먹는 고기는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기들이다.

학교 같은 곳에서 농장으로 체험을 가지 않는가? 물론 농장에서 평화로이 살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척 흔치 않은 법이다. 축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되도록 많은 양의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돼지를 예로 들어보자. 돼지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그들은 많은 약물을 투여한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양의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말이다. 그렇다 치면 농장도 다를 바 없다. 물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농장에서도 약물은 투여한다. 양이 적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부분의 고기가 끔찍한 학대를 받았던 생물이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이게 바로 내가 채식을 선언한 근거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 오신 ‘책 읽어주시는 학부모’ 중, 한 분이 <돼지 이야기>라는 책을 읽어주셨고, 그 책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전에는 ‘원산지도 모르는 이 고기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마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모를 것이다.

나는 이 문제의 원인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유도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면 ‘팩트’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 더 좋은 경로로 이끌어 주려면, 결국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혹여 자식이 채식을 하고 싶다고 해도, 부모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거니즘’에 속하는 ‘비건’이 되고 싶으나, 부모가 반대한다. 그건 인정한다. 거의 모든 국에는 멸치 육수가 들어가 있는데, 그것마저 못 먹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채식을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너 건강에도 안 좋을 건데? 그리고 너 하나 안 먹는다고 그게 멈춰?”라고들 말한다. 내가 채식을 한다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원래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면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그리고 채식주의는 일종의 ‘시위’라고 생각한다.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이 된다.

요즘은 채식주의자가 주목받는 시기인 것 같다. ‘비건 버거’도 나오니까 말이다. 물론 ‘축산업 망해라!’는 아니지만, 그들이 잘못을 깨닫고 좋은 방법으로 축산을 했으면 하는 시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고기를 안 먹는 이유를 단순히 ‘고기가 불쌍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가축으로 불리고 있는 죄 없는 동물들에 대한 아픔’이 이유라는 건 생각도 못 한다. 지금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나의 생각을 펼칠 곳이 없어질 거라 믿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류채원(경기 서정초5)

※ <한겨레> 교육 섹션 ‘함께하는 교육’에서 청소년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현재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나 학교 밖 청소년이 직접 쓴 글이면 됩니다. 연예인, 취미, 학교, 학원, 친구, 가족 얘기는 물론 자신의 바람이나 시사 문제 등 주제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선정된 글은 지면과 온라인 기사로 발행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haniedutext@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원고지 7장, 한글 파일로 첨부)

류채원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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