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할거냐 말거냐" 험난한 야권 재편의 길

장나래 2021. 4.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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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 이후 예고됐던 야권 재편이 걸음마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합당 시기와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자강론'을 두고 날선 비판이 튀어나왔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반대한 김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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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재보궐선거]국민의힘-국민의당 연일 파열음
금태섭 "윤석열 갈 제3지대 필요"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선거가 끝난 지 닷새 만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폄하하며 ‘자강론’에 힘을 실은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야권 통합을 훼방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김종인 역할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칠게 충돌하면서 향후 정계 개편의 방향키가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합당 논의에 들어가자마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금태섭 전 의원은 ‘제3지대 창당’ 뜻을 밝혀 야권 재편의 경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진, 안철수 폄하한 김종인의 ‘자강론’ 비판

4선인 홍문표 의원은 12일 입장문을 내어 “김 전 비대위원장님, 인내를 가지고 참아주십시오. 우리가 자강의 힘을 바탕으로 잘하겠다”고 말했다. 또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독선, 오만과 김종인 전 위원장님과 무엇이 다르냐”며 “사사건건 앞으로도 ‘감 놔라 팥 놔라’ 하면, 이 당이 누구 당이냐. 300만명의 당이다. 우리가 잘 해 나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거 당일 밤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에 대해 ‘야권의 승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건방”지다고 표현한 바 있다.

장제원(3선)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 통합에 침까지 뱉고 있으니 자아도취에 빠져 주체를 못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태상왕이라도 된 거냐. 무슨 미련이 남아 그토록 독설을 퍼붓는지 모르겠다. 당이 붙잡아주지 않아 삐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선의 조해진 의원도 이날 “우리의 승리라고 하더라도 범야권의 승리지, 국민의힘만의 승리라고 할 수 없다”며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 등 중도세력이 큰 힘이 되었음은 분명하다”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전날엔 ‘홍준표계’로 분류되는 초선 배현진 의원도 김 전 의원장을 겨냥해 “선거도 끝났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설마 했겠는가”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선거 이튿날인 지난 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물러나는 김 전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전원 기립 박수를 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당 안팎에선 의원들의 이런 날 선 반응이 김 전 위원장의 야권 재편 과정에서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퇴로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합당 놓고 ‘밀당’ 시작한 국민의힘·국민의당

선거 직후 합당 논의를 시작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여전히 공을 상대 쪽에 넘기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표면적으론 서로 당내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인데, 합당 논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인 셈이다. 통합 결렬에 따른 책임 회피를 위한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에서 (합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의견을 전달받으면 우리 쪽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늘 시도당부터 시작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저희가 (합당 논의에) 주춤한다고 하는 표현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핑계를 댔지만 국민의힘이 보인 ‘독촉 제스처’에 반발한 것으로 읽힌다. ‘오는 14일까지 합당 관련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국민의힘의 요청에 대해서도 밝힌 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오는 14일까지 국민의당이 명확한 합당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15일부터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구성하는 등 독자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에 “만약 통합 전당대회를 꼭 해야 한다면 국민의당 의사 결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며 “며칠까지 입장을 달라는 말은 계고장을 날리는 것 아니냐. 국민의힘도 입장 정리를 하라. 전당대회에 나오겠다는 분들끼리라도 모여서 통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제3지대 창당? 금태섭 “국민의힘 주도 통합엔 참여 않겠다”

한편,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그 방향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주도의 야권 재편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제3지대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야권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야권발 정계개편 작업엔 다시 원심력이 구동되는 모양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론의) 윤 전 총장 지지는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과 염증 때문 아니냐”며 “현재 있는 당들의 모습을 보면 거기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들어가더라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세력이 만들어져야지 개인한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나래 김미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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