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권 쇄신, 극단 배제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가야
(서울=연합뉴스)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로 등 돌린 민의를 확인한 여권이 전열 정비에 잰걸음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곳곳에서는 뒤늦은 후회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반성문이 잇따른다. 쇄신하겠다, 혁신하겠다는 이구동성과 함께다. 정부 단위에서는 정세균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 시기와 폭을 조율하고 있고 청와대에서는 금명간 일부 참모진의 물갈이를 통해 쇄신 효과를 꾀하려는 낌새다. 바야흐로 새 단장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는 당정청의 몸부림이 역력하다. 재보선에서 나타난 싸늘한 민심은 여권의 내로남불, 무능, 오만, 독주에 대한 심판 정서였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응당 그래야 할 쇄신의 지향은 이를 교정하는 정책 정돈과 인물 교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에 쇄신의 당면 목표가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과 다음 달 2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장 분주할 수밖에 없는 쪽은 당이다. 초선 의원 81명 전원이 이름을 올린 더민초는 지난 9일에 이어 12일에도 모임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14∼15일쯤에는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를 통해 발언권을 높일 방침이다. 재선들도 이날 모여 당 쇄신안을 논의하고 초선들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한다.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윤호중(4선), 박완주(3선) 의원도 반성과 혁신을 일성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당을 시험대에 올린 쇄신의 여정에서 당이 마지막까지 경계할 것은 강성지지층의 과대대표다. 정당정치의 딜레마 중 하나가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이라 할 때 이들 요인에 당심이 좌우되는 것만큼이나 큰 재앙은 없을 것이다. 정책과 인물에서 민심과 유리된 당심은 자칫 당을 망가뜨리고 끝내 깨뜨릴 소지마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철두철미 쇄신의 길은 극단을 배제하고 평민들의 상식이 널리 지배토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
지난 조국 사태에서 당의 엄호 일변도 대응 양태를 반성한 초선 5인을 '초선오적'이라 조롱하며 공격한 이들의 최근 행태는 당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문(친문재인), 비문을 나눠 강성 친문이 그런다고 쓰기도 하는데, 그런 분류는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진 몰라도 전부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국민의힘에 태극기부대가 지지 확장을 방해하는 엑스맨인 것처럼 이들 역시 민주당의 엑스맨이라 판별하는 것이 더 본질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보여서다. 이들은 검찰 개혁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선거에서 진 요인이라 주장한다. 자기가 옳아야만 하기에 거부하기 힘든 대의를 내세우고 찬ㆍ반을 강요하는 수법인데, 이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누구도 비대한 검찰권력을 분산하고 정치검찰을 주변화하며 인권검찰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검찰 개혁을 반대하지 않을뿐더러, 이 정부는 미흡할지언정 과거 어떤 정부보다 많은 검찰 개혁을 이미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산 권력 수사가 방해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친정부 검찰 요인들의 불공정 수사가 논란이 되고 현직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과 갈등 등이 번졌다는 점이다. 결국 여권이 검찰 개혁을 방패 삼아 이 모든 문제를 뒤섞고 과도하게 이슈몰이한 것에 다수 민의는 비판적이었음을 이번 선거가 확인시켜줬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테다. 이런 자명한 사실관계와 논점에조차 애써 눈을 감는다면 성찰과 쇄신은 요원할 뿐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움직임은 일단 나쁘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최재성 정무수석 후임에 이철희 전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 꾸준히 후보로 거론됐던 그가 실제로 바통을 이어받는다면 당청의 연결고리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치우치지 않은 다수화 전략과 대중 노선에 최근까지 천착한 그는 주류 색채가 진한 최 수석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인사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정무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 인선에서 새 인물들이 발굴된다면 어느 정도 민심에 부응하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인사뿐 아니라 4∼5곳 부처 장관급 교체설이 나도는 개각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쇄신의 기운을 체감할 수 있게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물갈이에서 답답한 것은 민주당이다. 정당 인력풀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선거 패배에 책임을 자각하거나 시인하는 주류 인사들의 자발적 불출마가 없다면 지도부의 새 얼굴은 자칫 그 나물에 그 밥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최고위원 선출 권한을 중앙위에서 전대로 바꾸기로 한 당의 결정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이 결정으로 이익 보는 사람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비판하며 감동 없는 지도부 교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조 의원의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이다. 당은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사람을 바꿔야 하고 사람을 못 바꾼다면 정책 노선과 언행, 여야 협치에서라도 변화한 실천을 통해 민심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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