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의 야전사령관' 한화의 중심에 하주석이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2021. 4.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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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화 하주석(가운데). 연합뉴스


2021 시즌을 시작한 한화 하주석(27)의 어깨가 무겁다. 내야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수비 구상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하는 임무를 맡았다.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한화는 베테랑들과 작별하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웠다. 창단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도 선임했다. 기존의 팀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 감독에게 선수 육성과 기용을 맡겨 팀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포석이다.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변모하는 이행기에 있다.

이 과도기의 한가운데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가 하주석이다. 1994년생 하주석은 최근까지 팀의 막내뻘이었지만 베테랑들이 대거 팀을 떠난 후 어엿한 중고참 선수가 됐다. 정은원과 노시환, 유장혁(이상 21), 박정현(20) 등 내외야의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은 일찌감치 하주석을 3번타자, 유격수로 확정하고 팀의 리더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하주석은 “감독님이 스프링 캠프 때부터 리더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감독님이 ‘본인이 안타를 못 쳐도 팀이 이기면 기뻐하는 선수가 있다. 그게 바로 데릭 지터’라면서 뉴욕 양키스 주장이었던 데릭 지터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주석이 수베로 감독의 이야기를 흘려 듣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난 7일 인천 SSG전의 한 장면에서 드러났다. 개막 후 2경기에서 무안타였던 하주석은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친 후 헬멧을 벗고 더그아웃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하주석은 이 인사에 대해 “2경기 동안 팀원들에게 미안했다는 뜻도 있었고, 감독님과 타격코치님에게 ‘믿어주셔서 고맙고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 하주석이 지난 7일 인천 SSG전에서 2루타를 친 후 더그아웃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12일 현재 타율 0.308을 기록 중인 하주석은 수비에서도 수베로 감독의 ‘믿을 구석’이 되어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 지시를 단지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있다.

하주석은 “경기 전에 항상 미팅을 하고 선수들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내가 기억이 좀 안 날 때는 옆에서 은원이나 시환이, 정현이가 다같이 움직이면서 (시프트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고 한 발 두 발 움직이는 부분이 재미있다. 실패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수비를 하러 우중간까지 나갔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왜’가 해결된 후부터 우중간 시프트는 하주석에게 더 이상 기이한 일이 아니다.

하주석은 “처음엔 당황했는데 감독님 설명을 들었다”며 “내가 외야로 갈 때는 분명 왼손 강타자이고 볼카운트가 투수에게 불리한 상황일 것이다. 타자가 왼쪽에 안타를 쳐도 단타이기 때문에 우리는 장타를 막기 위해 강한 타구가 가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주석은 “선수들은 시프트를 이해하고 있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개막 후 3승4패를 거뒀다. 수베로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걷는 길이 꽃길이 될지 가시밭길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선수들은 그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하주석은 “우리팀이 가장 달라지고 있는 게 분위기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야구장에서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시즌 끝날 때까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겠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즐겁게 웃으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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