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수처, 이성윤·이모 검사 사건만 골라 '공소권 유보부 이첩'

이보라·허진무 기자 2021. 4.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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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1월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 공수처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전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이모 검사 사건만 검찰에 ‘수사 완료 후 재이첩’을 요구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이 사건만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공수처가 현재까지 수사 완료 후 재이첩할 것을 전제로 검찰에 공소권 유보부 이첩한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 이 지검장·이 검사 사건 1건이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다는 조건 하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그외 다른 판·검사, 고위 경찰 공무원 등 사건은 대검찰청에 ‘일반이첩’했다. 공수처는 지난 2일까지 총 769건의 사건을 검찰, 경찰 등으로부터 접수했다.

수원지검이 지난달 3일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수사 인력 미비 등으로 수원지검에 재이첩했다. 공수처는 공소권은 자신들이 행사하겠다며 ‘수사 완료 후 송치’를 요구했다. 공수처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사건에 대해선 ‘전속적 관할권’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수원지검은 이 검사 등을 지난 2일 기소했고 이 지검장은 수사 중이다.

공수처의 조치는 같은 검사 비리 의혹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 의혹 사건 처리와 달랐다. 공수처는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 고발 사건들을 지난달 7일 일반이첩으로 검찰에 보냈다. 고발 사건들은 대검에 이첩된 뒤 서울중앙지검 배당을 거쳐 각하됐다. 대검이 지난달 21일 불기소 처분을 한 데 따른 조치다. 공수처 측은 “공소시효 임박 등을 고려해 이첩한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이 지검장·이 검사 사건을 공소권 유보부 이첩하기 전후 다른 사건들도 검찰에 일반이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이 지검장·이 검사 사건만 유일하게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것을 놓고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는 “같은 판·검사 비리 의혹 사건임에도 사건을 다르게 이첩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한 사건은 단 한 건 뿐이어서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왜 이 사건만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지검장 등 사건 처리 판단에 대해선 모른다. 다만 김 처장이 공수처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했지만 수사 인력 미비 등으로 수사할 수 없어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첫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수처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외부 의견을 들었다. 김진욱 처장은 회의에서 “향후 진행될 수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사건 공보 등에 관한 위원들의 고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며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보라·허진무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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