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접종' 언급 않고, "백신수급 자신 있다"고만 말한 文대통령(종합)

손덕호 기자 2021. 4.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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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참패 후 코로나 대응·경제 회복 강조
그 뒤 특별방역점검회의…확대경제장관회의도 예정
"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 시작된다" 국민 안심시켜
현재까지 백신 접종률 매우 낮은 상황 언급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나라들이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와 한국 상황을 대조하면서 한 말이다. 그 '대다수 나라'보다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늦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특수교육 및 시설 종사자들이 AZ 백신을 접종 받고 이상 징후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면서 긴급 소집한 회의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부산시장 여당 참패와 관련해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그 연장선에서 소집됐다. 마찬가지로 민심 회복을 위해 문 대통령은 오는 15일에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수급과 관련한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여럿 했다. 먼저 "국내에 백신 생산기반을 확보한 것이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고, 이어 "이달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면서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이름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며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회분이 우리 국민들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노바백스와 기술 이전이 포함된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노바백스 측은 오는 5월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혈전 논란'으로 30세 미만에게 접종하지 않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은 신속성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방침이 결정되었다"며 "백신은 과학"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지만,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적으로 늦은 수준이라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43일째인 지난 9일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14만8060명으로, 국내 인구 대비 접종률은 2.21%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며 완성된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백신 접종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 시각) 기준 코로나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 비율은 이스라엘 61.18%, 영국 55.08%, 칠레 37.37%, 미국 32.89%다. 우리나라 접종률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남미의 콜롬비아에 이어 35위다. 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접종 속도가 더딘 국가는 뉴질랜드(1.47%)와 일본(0.82%) 두 나라 뿐이다.

국민의힘은 '한국이 백신 후진국이 됐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은 백신 여권을 도입한다면서 코로나 종식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한 일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백신 후진국이라는 우리나라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K-방역에 심취해서 백신 확보에 안이했던 태도 탓에 우리나라 백신 확보가 매우 뒤쳐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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