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쩐의 전쟁]투자 뭉칫돈 종착지는 '제작사'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 금전적 보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관 관람객이 급감한 반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OTT 업체의 움직임을 조명해 보고 시장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을 내걸면서 제작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OTT 업계가 '스위트홈'이나 '킹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뭉칫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그 자금이 고스란히 제작사로 흘러들어 가고 있어서다. 주요 스튜디오 업체들이 급격한 실적 개선을 이루거나 막대한 경제적 보상을 거둬들이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콘텐츠 흥행 성공만큼이나 리스크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1주일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 사태처럼 문제적 콘텐츠가 OTT 플랫폼은 물론 제작사 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OTT 수천억 '뭉칫돈', 제작 스튜디오로
요즘 OTT 업계에서 '핫(Hot)'한 곳이 대규모 투자금의 종착지인 콘텐츠 제작사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잘 만든 콘텐츠는 OTT 플랫폼은 물론 해당 창작자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다.
실제로 주요 콘텐츠 제작사들은 제작에 투입한 비용을 훌쩍 웃도는 막대한 수익을 거머쥐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를 만든 위즈윅스튜디오는 제작비로 240억원을 투입하고 6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넷플릭스에 선판매한 수익이 300억원대에 달해서다.
콘텐츠 흥행 성공은 단순 판매 수익 이상의 금전적 보상을 거두게 한다. 잘 만든 콘텐츠로 이른바 '흥행 대박'을 터트린 스튜디오가 이른바 '넷플릭스 수혜주'로 묶이면서 회사 주가가 급등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 1, 2'를 제작한 에이스토리가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킹덤의 국내외 흥행에 힘입어 2019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후 주가가 급등, 이 회사 임직원들이 수십배 수준의 스톡옵션 평가차익을 얻기도 했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OTT 업체와의 계약은 여러모로 제작사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제작사가 지상파 방송사 및 종편과 외주 제작 계약을 맺으면 콘텐츠 제작비의 60%를 방송사에서 끌어오고, 나머지 40%를 광고주 협찬으로 메운다. 제작사 입장에선 최종 납품처인 방송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광고주의 눈치도 봐야하는 구조다.
넷플릭스 등 대부분 OTT와의 계약은 이와 다르다. OTT 플랫폼이 100% 제작비를 대주는 구조다. 제작사 입장에선 계약 상대방이 유일하게 OTT 플랫폼이다 보니 콘텐츠 흥행 성공에 따른 '보상의 과실'이 지상파나 종편 방송사에 비해 훨씬 크다. 글로벌 OTT들은 제작사의 콘텐츠 경쟁력만 담보된다면 판권 계약에서 제작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내외 OTT들은 드라마,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10여개 글로벌 OTT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1, 2', '스위트홈', '나 홀로 그대'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주요 제작사다.
'동백꽃 필무렵', '쌈 마이웨이' 등 드라마 히트작을 제작해온 팬엔터테인먼트는 아예 넷플릭스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도 SBS와 넷플릭스에 독점 공개하는 '라켓소년단' 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4편의 계약을 마치고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디즈니플러스 등 국내 상륙하는 공룡 OTT에 편성되는 콘텐츠도 다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을 만든 키이스트는 제작비만 400억원에 달하는 대작 SF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와 시리즈물 '일루미네이션'을 글로벌 OTT에 편성할 계획이다.
초록뱀도 방탄소년단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유스(YOUTH)를 글로벌 OTT를 통해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스튜디오지니의 투자 발표와 웨이브의 투자 발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등 콘텐츠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OTT 운영사는 자체 제작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콘텐츠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그중 일부는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데 쓰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수급이 활발해지면서 중소형 제작사 설립이나, 인수합병(M&A), 지분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만드느니만 못한' 콘텐츠는 리스크
글로벌 소비자 대상으로도 국내 콘텐츠가 선호된다는 점에서 실력있는 제작사 선점은 중요하다. 넷플릭스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승리호'는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16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인 '스위트홈'은 11개국에서 넷플릭스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작에 따른 리스크가 적지 않다. 얼마전 역사논란을 일으킨 SBS의 '조선구마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드라마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단 2화만에 종영했다. 충녕대군이 서양 구매 사제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 피단 등 중국 전통음식이 등장하고 실제 인물인 태종, 양녕대군, 충녕대군도 역사와 다르게 묘사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방송사인 SBS가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제작비 320억원을 투입했으나 대부분의 기업 협찬이 중단됐으며 해외 판권 계약도 파기됐다. 방영은 2화에 그쳤으나, 3분의 2 이상은 촬영을 마친 상태여서 제작사로의 인건비 지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타격 못지않게 '개념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날 선 비판으로 위신도 추락했다.
방송사의 검수 부족도 문제이나 일차적으로는 제작사의 실수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는 제작비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게 아니냔 지적에는 '명백히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는 "중국풍 미술과 월병 등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구혜린 (hrg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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