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 딜레마..핵심원료 대부분이 '위구르족 집단학살' 중국 신장에서 나온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녹색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 태양에너지 집열판 주재료인 폴리실리콘 최대 생산지가 중국 신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 집단학살을 벌였다고 공식화하며 압박에 나섰는데, 신장산 폴리실리콘을 수입하지 않을 경우 태양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태양에너지 전지 핵심 원료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절반 이상이 중국 신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화학 물질과 초고온을 사용해 실리콘을 정화하는 집약적인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동안 중국 신장에서 만들어진 폴리실리콘을 수입해온 미국·유럽 업체들은 윤리적 노동 기준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중국이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과정에서 위구르족에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서다.
문제는 태양에너지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 과정을 점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태양전지판 등을 수입하고 있는 미 보스턴 기업 넥샘프턴의 자이드 아샤이 사장은 “중국 현지 운영을 점검하기 위해 독립 감사관을 신장으로 파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넥샘프턴은 윤리적 노동 기준을 준수하도록 공급망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한다”면서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은 수입되지 않도록 추적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신장산 물품을 제외하고 태양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 신장에서는 폴리실리콘 뿐 아니라 태양에너지 시설에 필수적인 웨이퍼 생산과 패널 조립 등 대부분의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태양에너지 시설 구축에 필요한 공정의 80%가 중국 제품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EU는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더 많은 신장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를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와 토마토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무슬림이 대다수인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질렀다”고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인권압박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더라도 중국 신장에 경제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안나 카바치니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강제노동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한다면서 인권유린을 눈감아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예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있다. 미국 에너지기업 선파워의 전략책임자 수잔 레타는 “신장에서 생산되는 어떤 것도 수입하고 싶지 않다”면서 미시건주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을 멕시코에서 조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시건주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은 소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WSJ는 익명의 에너지 전문가 발언을 인용,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폴리실리콘을 공급받아야 한다”면서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태양에너지 생산은 사상 최대인 19.2기가와트를 기록했는데, 비용이 증가한다면 태양에너지의 인기는 수그러들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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