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형 방역수칙 추진에 방역당국 "지자체장도 권한" 하지만..

김민수 기자 2021. 4. 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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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독자 연장결정에 타 지자체 반발 결국 철회 사례 있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서울시 독자 방역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설정에 따른 방역수칙과 다를 경우 방역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들어온 게 없다”며 향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있는 서울 골목상권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업종별 특색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과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나지 않은 신속진단키트 활용 등을 언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등 중앙 정부 부처 중심으로 이뤄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방역 지침 및 정책과는 다른 행보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대본과 지자체의 방역 정책이 다를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 여부와 현장에서의 방역 혼란 가중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권한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하게 갖고 있다. 각 단계별 세부 방역 지침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자체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이 감염병 예방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2일 출입기자단에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등의 방역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윤 반장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도 방역수칙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며 “거리두기 관련해서도 독자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반장은 “다만 위기 상황에서는 협의와 협력으로 대응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차 유행에 이어 4차 유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독자적인 방침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 정부의 방침과는 다른 방역 수칙을 적용하겠다고 한 지자체는 서울시가 처음은 아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1월 17일 카페나 식당, 노래연습장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2주 더 연장키로 한 방역당국의 방침과는 달리 11시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된 적 있다. 

당시 대구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체 거리두기 방안을 인근 경북도 지자체나 방역당국과 협의 없이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많은 지자체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중대본은 1월 18일 모든 지자체가 모인 회의에서 거리두기 독자 방안과 관련된 형평성 문제를 논의한 뒤 대구시는 영업시간 연장을 철회했다. 

당시 대구시의 결정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지역 간 형평성과 방역수칙이 완화된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었다. 대구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구시로 모여 유흥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방역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당시에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거리두기 단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계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조정 권한은 지자체도 함께 보유하고 있어 대구시의 조치가 현재의 감염병예방법상 권한을 벗어나는 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중대본이나 중앙방역대책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서울시에서 일부 업종에 대한 영업 제한이 완화될 경우 인근 경기도나 다른 지자체가 형성평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3차 유행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일일 확진자수가 전국 확진자수의 60~70%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독자 방역수칙으로 인한 수도권 확진자가 폭증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서울과 인천, 경기는 한국 인구의 약 절반이 밀집해 있는 데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제기한 신속진단키트 도입에 대해 방역당국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반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검토해 왔다”며 “허가가 이뤄지면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당국이 언급한 신속진단키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양성이 나올 경우 정식검사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수단이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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