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No 관심' 대선..백지투표 15% 예상, 왜?

장은교 기자 2021. 4. 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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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좌파 성향 후보인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51)와 극우 성향 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45)가 1, 2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는 대선에 결선투표를 시행하기 때문에 최종 승자는 6월쯤 가려질 전망이다. 페루의 이번 대선엔 18명이나 출마했지만,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독한 불신과 실망감이 팽배해 얼마나 많은 ‘백지투표’가 나올 것이냐가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거의 초반 개표 결과 카스티요 후보가 18.6%, 후지모리 후보가 14.5%로 1, 2위를 보이고 있다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카스티요 후보는 교사이자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이고, 후지모리 후보는 임기 도중 야당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재임도중 일본으로 망명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다. 극우 성향의 또다른 후보 라파엘 로페즈 알리아가 11.9%로 3위에 올랐다.

이번 선거는 페루 독립 200년을 기념하는 해에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8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어느 후보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만큼 경쟁이 치열했지만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가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간 페루 정치권은 극도의 부패와 혼란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페루는 2016년 이후 대통령이 5번 바뀌었고, 의회 구성도 두 번 바뀌었다. 그만큼 정국이 혼란했다는 뜻이다. 대통령 세 명이 잇따라 부패 혐의로 수감됐고 네번째 대통령은 체포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섯번째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은 개혁정책으로 페루 국민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으나, 주지사 시절 뇌물스캔들이 터지면서 지난해 11월 탄핵당했다. 의회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의회가 입맛에 맞지 않는 대통령을 마음대로 탄핵시켰다는 비판 속에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시민들의 강한 압박 속에 임시대통령은 결국 닷새만에 사임했다.

정치적 혼란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페루 경제지표는 지난해 30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급증해 인구 3300만명 중 165만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최근 들어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학교가 휴교하면서 어린이들은 노동현장에 투입됐다.

뉴욕타임스는 “페루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5%가 백지투표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의무제여서. 선거에 불참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냉소적인 분위기 속에 유권자들이 벌금을 선택할 것인지, 어쩔 수 없이 가서 기권할 것인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과일행상을 하는 빈센타 에스코바르(62)는 뉴욕타임스에 “지난 40여년동안 변화의 희망을 갖고 빠짐없이 지지하는 후보에 표를 던졌다”며 “그러나 이번엔 투표장에 가더라도 백지투표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거나 도둑놈들”이리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테레사 바스케스(49)도 “탄핵당한 이후에도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변함없이 지지했지만. 얼마 전 비스카라 전 대통령 가족이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혼란에 빠졌다”며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개혁적 이미지로 억울하게 탄핵당했다는 것을 강조한 비스카라 대통령은 시노팜 백신이 정식 승인을 받기 전인 지난해 10월 주치의를 압박해 미리 백신을 맞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개표 결과 어느 후보도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최종 두 명의 후보가 6월 6일 결선을 치르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페루 역사상 가장 힘없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페루정치연구소의 파트리샤 자라테 대표는 “의회는 그들이 대통령을 쉽게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키는 것도 쉽다”며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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