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 이용주 감독 "복제인간 소재, '죽음의 두려움' 다루고 싶었다"
이용주 감독은 12일 오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영화 ‘서복’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공유, 조우진, 장영남 등 주연 배우들과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은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현(공유 분)이 생의 마지막 임무로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복제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안전히 이동시키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지만, 서복을 노리는 여러 집단의 추적이 이어지고 상황이 복잡해지자 둘만의 동행을 이어나가는 과정들을 그린다. 특히 ‘건축학개론’ 이후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차기작이자 첫 SF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을 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에 대해 “저도 다음 작품을 빨리 준비한다고 노력은 했는데 특별한 이유로 ‘서복’이 늦어진 건 아니다”라고 운을 떼며 “시나리오 집필 작업이 오래 걸린 게 큰 것 같다. 중국에서 영화를 출품하려다 무산된 것도 이유에 한 몫했다. 다음 작품은 최대한 빨리 써보려 다짐 중”이라고 털어놨다.
또 “제가 9년 간 서복만 집필했다는 사실을 못 믿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오래 걸린 게 맞다(웃음)”고 강조하며 “전작 ‘불신지옥’도, ‘건축학개론’도 어찌 보면 모두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보니 그것을 더 깊게 그리려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다. 개인적 사건도 있어서 꼭 ‘두려움’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게 강박이 되다보니 더 오래걸린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제인간’ SF물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장르를 바꾸는 부분인데,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장르가 이야기의 외피라고 생각해서 특정 장르를 해야겠다란 생각보단 제 첫 작품 ‘불신지옥’이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건축학 개론’ 이후 이 이야기를 확장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복제인간’이란 소재를 떠올리게 돼서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장르가 적합하게 여겨져 선택한 것일뿐 특정 장르에 대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다음 작품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계속 고민 중”이라고 솔직히 설명했다.
다른 ‘복제인간’을 다룬 SF물과 차별화된 ‘서복’만의 매력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친절히 설명돼 있지는 않지만, 시나리오 작업 중에서도 지적받았던 부분 중 하나인데, 저는 서복의 능력이 창대해질 것이라고 주요 인물들이 크게 예상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사이드 이팩트(부작용)의 일종이라 생각했었고 서복이 만들어진 근본적 이유 자체는 ‘영생’ 때문이다. 민기현 입장에선 서복을 통해야만 살 수 있고, 정보국 안 부장 입장에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서복을 없애야 하는 그런 배치되는 목적들을 위해 ‘복제인간 서복’이란 캐릭터를 생각했다. 저희는 줄기세포에 트라우마가 있지 않습니까. 두려움과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응축시킬 수 있는게 서복의 존재라 생각했다.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영생에 대한 욕망에 대해 근원적인 죽음이란 두려움이 양면의 거울과도 같다 생각해 서복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복제인간’의 시점이 아닌, 영생의 ‘복제인간’을 곁에서 동행하며 바라보는 ‘시한부’ 인간의 시점으로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용주 감독은 “보통의 ‘복제인간’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복제인간이 주인공이고 복제 인간이 스스로 고민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엔딩을 이끌어나갔다면, 저에게는 민기현이 ‘서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주된 관심사였다. 죽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떻게 믿냐며 민기현이 반문하는 모습이 죽음을 앞둔 민기현이 다시 믿음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며, ‘서복’으로 구원을 받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 주인공의 시점 자체가 ‘복제인간’이 아닌 그를 보는 동행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영화 중에선 처음으로 극장과 티빙 온라인 동시 개봉을 하게 되는 심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작년 말 개봉하려다 연기되면서 저뿐만 아니라 영화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는 어떻게 될지 너무 막연한 상태였다. 모든게 코로나19에 달린 상황에서 티빙의 제안을 듣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결과가 궁금한 상황이다. OTT로 가서 사람들이 극장에 안올까, 혹은 OTT도 극장도 많이 볼까 이런 결과 여부가 앞으로의 산업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지점이 되겠구나 싶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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