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만연한 유럽 내 인종차별..SON도 피해 가지 못했다 [ST스페셜]

김호진 기자 2021. 4.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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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다. 분명 정당한 판정임에도 말이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0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토트넘은 전반 40분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12분 프레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34분에는 에딘손 카바니에게 역전골을, 후반 막판에는 메이슨 그린우드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토트넘은 맨유전 패배와 별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에이스' 손흥민이 맨유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렇다. 손흥민은 전반 33분 스콧 맥토미니의 손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카바니의 선제골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주심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을 확인한 결과 카바니의 득점 이전에 스콧 맥토미니가 손흥민의 안면을 가격했다는 판정을 내리며 득점을 취소했다.

그러자 흥분한 맨유 팬들은 손흥민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찾아가 심한 욕설과 함께 인종차별 발언을 적었다. 그들은 "개나 잡아먹어라", "다이빙하지 마", "구멍처럼 작은 눈" 등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쏟아냈다. 게다가 아시아인을 무시하는 원숭이 이모티콘까지 달았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공식 SNS 사진 캡처


물론 모든 맨유 팬들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이다. 박지성을 레전드라고 부르던 맨유에서 이런 논란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게다가 맨유는 지난 4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시 레드(See Red)'를 주최해 축구계에 만연한 정서적 학대와 인종 기반 혐오범죄를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맨유는 "우리는 많은 흑인, 아시아인 선수 활약으로 숱한 영광을 이룩했다. 드와이트 요크와 리오 퍼디난드, 박지성, 앤디 콜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순간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도 이 캠페인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커스 래시포드와 앙토니 마시알, 프레드 등이 동참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이러한 노력은 소수 몰지각한 팬들의 만행으로 퇴색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BLM(Black Lives Matter)'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이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으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잠시 한쪽 무릎을 꿇는다. 지난해 5월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BLM 운동이 확산됐다. 이는 스포츠계로도 이어졌고 여전히 한창이다.

손흥민 역시 맨유전 킥오프 전에 한쪽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를 했다. 앞서 손흥민은 PL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성행하자 차별과 증오에 맞서는 의미로 자신의 에이전트사 CAA 베이스와 함께 일주일간 SNS 사용을 중단했다.

손흥민은 SNS 팔로워 수 480만 명을 넘어선 영향력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인종차별 반대를 위해 자신의 SNS까지 잠시 닫았던 그는 되레 인종차별을 당했다. 일부 팬들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행동이라고 하기엔 그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다.

한편 잉글랜드프로축구심판협회(PGMOL)는 해당 장면을 두고 "맥토미니가 자연스럽게 달리는 과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심성이 부족한 동작이었다"고 오심이 아닌 정심으로 인정했다.

인종차별을 가한 일부의 맨유 팬들은 비록 경기에서 이겼을지라도 손흥민을 비롯해 아시아인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것은 분명 매너에서 진 행동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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