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20배 성장'..밀키트 시장의 명과 암
당분간 성장세 가속..성장 따른 논란·위기 관리해야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주역은 '밀키트(meal kit)'다. 밀키트는 코로나19 이후 '고급스러운 HMR'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주요 카테고리로 성장했다. 주요 소비층인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에서도 밀키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자 대기업들도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HMR 주요 카테고리 성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00억 원 규모였다. 2017년 1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이 3년 만에 20배 커졌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밀키트의 시장 침투율은 10%에 달한다. 전체 소비자 10명 중 1명이 밀키트를 경험해 봤다는 의미다. 20년 넘은 즉석밥의 시장 침투율이 3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이에 밀키트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HMR의 주요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밀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고급 HMR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성장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제공한다. 기성 제품과 달리 신선도가 높다. 반면 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하는 것에 비해서는 간편하다.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들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부담도 적다. 밀키트는 편리하게 조리하면서도 높은 만족도를 느끼려는 '편리미엄' 트렌드를 공략해 성공한 셈이다.
밀키트 시장의 선두는 프레시지다.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프레시지의 매출액은 2018년 218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271억 원 대로 3년만에 6배 가까이 늘었다. 누적 판매량은 1100만 키트에 달한다. 기존 식품업계 강자들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CJ는 2019년부터 '쿡킷' 브랜드로 밀키트를 론칭했다. hy는 신성장동력으로 밀키트를 점찍고 '잇츠온'을 육성하고 있다.
메뉴 구성도 다양하다. 초기 밀키트 메뉴는 짬뽕, 돈가스 등 기존 HMR 제품의 영역에 국한됐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메뉴 경쟁에 불이 붙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부터 오랸 업력을 가진 맛집들과 협업해 '백년가게 시리즈'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부터 2주마다 최소 4종의 밀키트 메뉴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y도 모던 중식당 '차이797'과 손잡고 프리미엄 메뉴를 선보였다.
◇ 성장 이어지겠지만…"찾아올 위기 극복해야"
업계에서는 밀키트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소비계층인 1인‧맞벌이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9.5%에 달했다. 맞벌이 가구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식자재를 구매해 직접 요리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반면 다양한 제품에 대한 니즈는 높다. 밀키트의 주력 소비 계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중·장년층 소비자도 새로운 밀키트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장년층은 배달은 물론 가공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높지 않다. '식자재를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에 익숙해서다. 밀키트는 그들의 이런 성향에 부합한다. 이들에게는 밀키트가 HMR 제품이라기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인 요리'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장년층의 밀키트 구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hy의 50·60세대 밀키트 판매량은 2019년 4만 4000건에서 지난해 5만 8000건으로 늘었다. 이들은 밀키트 주요 유통 채널인 이커머스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를 경험한 50대 이상 인구는 54%로 1년만에 8%포인트 가량 늘었다. 올해는 더욱 높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키트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이커머스를 사용하는 데 능숙해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밀키트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높은 가격과 폐기물 문제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밀키트 시장 내 대부분 제품의 가격은 1인분에 1만 원 초반대다. 경쟁 HMR 제품들에 비해 다소 높다. 소포장 식자재로 구성돼있어 배출되는 폐기물도 많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폐기물과 관련된 지적은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업체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인건비·원자재·물류 비용 부담도 장기적인 과제로 거론된다. 밀키트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제조한다. 재료 손실률이 높다. 그때그때 만들어야하는데다, 중소업체의 경우 자체 물류 운영사가 없다. 그런만큼 물류 비용 부담도 크다. 따라서 시장이 성장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제조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비용 절감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인건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원자재 비용을 낮추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와 중·장년층이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고, 기업들의 시장 공략 시도도 활발한 만큼 밀키트 시장은 당분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시장이 커지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나타날 수밖에 없고, 각종 논란도 언젠가 표면화될 것이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에 따라 밀키트 시장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석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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