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1시간 전화했다,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었다 / 임석재

한겨레 2021. 4. 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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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한 불편 또는 불만이었다.

오직 교장 선생님만 "왜 사람들이 이렇게 쓰레기를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에 그리고 정문, 후문 옆에 쌓아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그날, 그때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학교의 교장으로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이곳저곳에 요청할 테니 전화 주신 아버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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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청원구에 버려진 생활쓰레기. 오윤주 기자

임석재 ㅣ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작가

처음에는 단순한 불편 또는 불만이었다. 아이와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다 초등학교 좁은 등굣길 이곳저곳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들을 보았다. 길 건너편 학원, 치킨집, 자전거판매점 등에서 쓰레기를 자신들의 가게 앞에 버리지 않고 학생들이 다니는 길가에 쌓아 둔 것이었다. 아이들 건강과 교육 환경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해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했다. 교장 선생님은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청에도 수차례 전화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가 코로나19 대응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을 위해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더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동네 주민센터에 전화했다. 담당자는 자신도 이미 알고 있고 한번 더 살펴보겠지만 별다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초등학교가 위치한 구의회 의장에게 전화했다. 장황한 설명이 있었지만 그녀 또한 노력은 하겠지만 직접적 해결은 어렵다며 초등학교 교육 지원을 총괄하는 교육지원청에 건의하라고 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해당 교육지원청을 찾았고 초등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되어 중등교육을 포괄하는 교육지원국장에게 전화했다. 통화는 어려웠고 비서 역할을 하는 담당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답은 없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구청 생활폐기물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그녀 또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것만 단속할 뿐 그 외의 것은 구청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희망으로 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청에 전화했지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저희 담당이 아닙니다”라는 말들의 연속이었고 끝내 담당자와의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가게 앞이 조금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의 가게 앞에 두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상식으로 접근했던 일이었다.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 생각하고 1시간 이상을 전화했지만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었다. 주민센터 담당자도, 구의회 의장도, 구청 담당자도, 교육지원청도, 교육청도 어느 곳에서도 ‘확인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오직 교장 선생님만 “왜 사람들이 이렇게 쓰레기를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에 그리고 정문, 후문 옆에 쌓아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그날, 그때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학교의 교장으로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이곳저곳에 요청할 테니 전화 주신 아버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이 어렵다는 교장 선생님의 얘기가 마음 아팠다. 필자 또한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이라는 행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어디로 사라졌는가.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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