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영계-공화당 연합 균열가나..투표권 제약 입법 반대 확산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4. 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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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후원금과 감세 정책을 주고받으며 상부상조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 대기업과 공화당 사이의 균열이 현대판 ‘짐 크로법’이라 불리는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을 계기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갈수록 우경화되고 있는 공화당은 백인 유권자에게 ‘올인’하고 있는 반면, 기업은 소비자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델타항공, 스타벅스, 타깃, 리바이 스트라우스, 링크트인 등 미국의 100여개 주요 항공사와 유통업체, 제조업체 대표들이 화상 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 반대 활동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선거법 개정에 찬성한 정치인에게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거나,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주에 투자를 유예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 주의회는 신분 확인 절차 강화, 부재자 투표 신청 기한 단축, 투표함 설치 장소 축소 등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부재자 투표 참여율이 높은 유색인종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돼 현대판 ‘짐 크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신분 확인 절차 강화가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이 5건 통과됐으며, 24개 주에서 55건의 선거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코카콜라, MLB, 델타항공, 씨티그룹, 비아콤CBS, UPS 등에 대한 불매 운동을 독려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경영계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맹비난했다가 다음날 “정교하게 말하지 못했다”면서 말을 주워담기도 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큰손’ 후원자인 기업들과 정면 대립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기업과 공화당은 후원금과 감세 정책을 주고받으며 상부상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기업들이 정치·사회 현안에 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온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공화당과 대기업 사이의 균열이 미국 사회 변화에 대한 견해차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추계에 따르면 2047년에는 백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유색인종 인구가 백인 인구를 추월하게 된다. 미국 기업들로선 늘어나는 유색인종 소비자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도 지지를 보냈다.

포용적 자본주의 연대의 설립자인 E. L 로스차일드홀딩스의 린 포레스터 드 로스차일드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는 번창하는 민주주의 없이는 건강하게 번창하는 자본주의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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