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앞둔 화가가 화폭에 새긴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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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벽을 보니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네요."
여든을 앞둔 오세열(76) 화백이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그림이 걸린 벽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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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까지
“흰색 벽을 보니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네요.”
여든을 앞둔 오세열(76) 화백이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그림이 걸린 벽을 보며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오세열: 은유의 섬’ 전시회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오 화백은 “어린아이들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그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은색 칠판에 숫자를 적어 놓은 듯한 그림이 눈길을 오래 끈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반복해서 빼곡히 적혀 있다. 우리 삶에서 떨쳐내려야 떨쳐낼 수 없는 숫자들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작가는 물감을 여러 차례 덧칠해 바탕을 마련한 다음,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오 화백은 “캔버스를 내 몸이라고 생각하고 못이나 면도날 같은 도구로 긁어낸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과 슬픔, 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작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45년생인 오 화백은 어린 시절 6·25전쟁을 경험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곳에서 부모 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사람의 형상을 그린 작품에서는 유독 외로움과 쓸쓸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제 그림에는 정상적인 인물이 없어요. 코와 입이 없거나, 팔이 하나만 있거나 그래요. 그림을 보고 떠올리는 인물들이 저마다 다를 텐데, 그림을 보고 눈물 흘리시는 분을 보기도 했어요. 외로운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데, 품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 학고재의 박미란 큐레이터는 “오세열 화백의 인물화의 경우, 소외된 현대인을 위로하는 치유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 화백의 이 같은 따듯한 시선은 다른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길가에서 주운 것들을 작품 중간중간에 붙였다. 비닐 제거용 플라스틱 칼, 조약돌, 종잇조각 등이다. 오 화백은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것들에 역할을 부여,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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