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올림픽 보이콧'의 정치학 / 박민희

박민희 2021. 4. 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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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두고 벌써부터 보이콧 논쟁이 뜨거워졌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동맹국들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 중인 논의는 없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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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22년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두고 벌써부터 보이콧 논쟁이 뜨거워졌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동맹국들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 중인 논의는 없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진행 중인 논의’가 없을 뿐이다. 보이콧 논쟁의 불씨는 계속 살아 있다.

중국 당국이 신장에서 소수 민족인 위구르인들을 ‘재교육’ 수용소에 보내고 강제노동을 시킨다는 인권 침해 파문이 커지면서, 지난 2월 180여개 국제 인권단체들이 보이콧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고, 캐나다 하원은 만장일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징의 개최권을 박탈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 국가들에선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음으로써 나치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한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올림픽 보이콧은 냉전시대의 낡은 유물이고, 선수들을 ‘정치판의 졸’로 삼는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로 미국과 한국 등 66개국이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했지만, 아프간 상황을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었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땀흘려온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전면 보이콧이 아닌, ‘부분적 보이콧’ ‘외교적 보이콧’ 주장이 세를 모으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밋 롬니 유타주 연방상원의원은 지난달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중국 공산당에는 타격을 주고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선수들은 참가하되,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 외교관들이 개·폐막식 등에 가지 말고 기업들은 후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가 소치동계올림픽에 정부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올림픽 보이콧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올림픽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특별히 더 정치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하고 내년 베이징올림픽으로 전세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과시한 뒤 내년 말 당대회에서 지금까지의 ‘2연임’ 규정을 깨고 3번째 임기를 시작하려 한다.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너무나 중요하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베이징올림픽에 대통령이나 고위급이 참석하면, 중국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해준다는 비판과 함께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동맹들과 함께 ‘외교적 보이콧’을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국은 거세게 반격할 것이다. 미국의 동맹들, 올림픽 후원사에서 빠지려는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에 또 하나의 외교 난제가 등장했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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