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저축은행일수록 가계·기업대출 '균형'
영업망 규제 완화 필요성 꾸준히 제기
돈을 잘 버는 대형 저축은행일수록 여신 포트폴리오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계와 기업 대출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업권역이 제한적인 저축은행의 특성상 수익원 다변화와 함께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기업대출 확대가 필수적이고, 그러려면 정부의 영업망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압도적 1위 SBI저축은행
1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BI저축은행이 2583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면서 1등 저축은행 자리를 지켰다. 18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OK저축은행이 SBI저축은행의 뒤를 쫓으며 양강구도를 공고히 했다.
이어 웰컴저축은행이 956억원의 순이익으로 3위에 올랐고, 한국투자저축은행(604억원)과 페퍼저축은행(133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자산 지표로도 SBI와 OK저축은행이 크게 앞섰다. SBI저축은행은 총 자산이 11조 2552억원에 달했고, OK저축은행도 9조 162억원으로 10조원에 근접했다. 웰컴저축은행(4조2798억원)과 페퍼저축은행(4조3198억원)은 두 은행의 절반 수준이었다.
◇ 순이익 많을수록 여신 포트폴리오도 균형
순이익이 많은 저축은행일수록 여신 포트폴리오도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5조 1095억원, 기업대출은 4조 3058억원으로 각각 54.25%와 45.74%의 비중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도 전체 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이 52.73%(4조 2060억원), 기업대출 비중이 42.56%(3조 3952억원)으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반면 웰컴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60% 수준으로 두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 가계·기업대출 비중 차이 왜?
저축은행 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 차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디지털의 가속화와 여전한 거점지역 규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급속한 디지털화와 함께 기존 거점 지역 위주의 영업망이 전국구로 확대되면서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영업점을 낼 수 있는 지역이 거점지역으로 한정돼 있지만, 디지털 채널이 이를 무너뜨렸다”라며 “거점지역 대출의무비율만 지키면 좀더 넓은 지역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저축은행의 거점지역 대출의무비율은 서울과 수도권은 50%, 그 외 지역은 40%다.
반면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창구로 취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거점지역에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일수록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균형을 맞추기 쉽다.
실제 SBI저축은행이 영업점을 두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전주 ▲포항 등엔 주요 제조업 기업들이 포진해있다. OK저축은행도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천안 ▲전주 ▲익산 등 영업권이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반면 웰컴저축은행은 서울, 인천, 일산, 분당 등 수도권에서만, 페퍼저축은행은 안산, 부천, 광주, 전주 등에서만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 저축은행 지역 규제 완화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영업망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거점지역의 특성에 따라 저축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물론 건전성과 수익성 등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영업망을 더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보통 담보가 있어 일반 신용대출과 비교해 리스크가 적고,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면서 "저축은행 기업대출 금리도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기업과 저축은행이 윈윈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선 이 경우 대형사와 소형사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영업 가능한 업권이 늘어나면 저축은행 내부에서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만 유독 과거 규제에 갇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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