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38점, 조두순 29점, 김태현은?.."'사이코패스' 감형 없다"

이강진 2021. 4. 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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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에 대해 수사당국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이코패스로 판명받을 경우 형량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린다.

PCL-R 검사에서 26점을 받은 '오사카 신혼여행 아내 살인사건' 피의자 A씨에 대해 2018년 대전지법은 "피고인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26점(40점 만점)으로 높은 수준의 반사회성 성향이 드러나긴 했지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조현 관련 장애, 양극성 장애 등 정신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없다"면서 A씨의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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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L-R' 검사서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분류
유영철 38점, 조두순 29점, 강호순 27점, 이영학 25점
전문가 "사이코패스는 심신 상실·미약으로 해석 안해
범행동기 파악·유사 사건 수사 등 위해 검사하는 것"
'26점' 받은 살인범 "심신상실" 주장 인정 안 한 판례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에 대해 수사당국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이코패스로 판명받을 경우 형량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린다. 양형은 재판부 판단의 영역이지만, 과거 판례 등에 비춰봤을 때 김태현이 사이코패스로 판정받더라도 감형요인으로 작용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김태현을 조사하며 얻은 진술과 범행 방식 등을 토대로 그의 사이코패스 성향에 대해 분석 중이다. 흔히 반사회적 인격 장애증을 앓는 사람으로 해석되는 사이코패스는 ‘연쇄 살인’, ‘묻지마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하면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경찰은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체크리스트(PCL-R)를 보유하고 있다. 총 20개 문항으로 이뤄진 이 리스트는 사이코패스의 본성인 죄책감·후회·공감부족, 냉담함, 충동성, 무책임성 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문항당 0∼2점으로, 총점은 0∼40점이다. 범죄자가 문항에 맞는지에 따라 ‘아니다’는 0점, ‘약간 그렇다’는 1점, ‘그렇다’는 2점을 받게 되며, 총점이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범죄자와의 면담 내용 및 범죄자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 등을 전반적으로 활용해 채점을 하는 방식으로, 평가는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등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이들이 진행한다.

경찰은 체크리스트 채점 결과에 범인을 직접 면담한 프로파일러들의 종합 평가까지 반영해 최종적으로 김태현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가름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는 법원·검찰에도 제공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검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 “검사 결과로 법 적용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여부가) 형량에는 영향이 없다”며 “그 사람이 만약 사이코패스로 나왔다 하더라도, 이걸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으로 해석하진 않는다.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다 아니다로 끝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사이코패스 검사는) 범죄자의 범행동기가 무엇인지와 앞으로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 수사를 위해서 그 사람에 대해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철(왼쪽부터), 조두순, 강호순.
PCL-R 검사 결과가 25점 이상이더라도 심신상실 상태로 볼 수는 없다는 판례도 있다. PCL-R 검사에서 26점을 받은 ‘오사카 신혼여행 아내 살인사건’ 피의자 A씨에 대해 2018년 대전지법은 “피고인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26점(40점 만점)으로 높은 수준의 반사회성 성향이 드러나긴 했지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조현 관련 장애, 양극성 장애 등 정신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없다”면서 A씨의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과대망상증, 강박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편 PCL-R 검사에서 2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던 범죄자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38점)과 강호순(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 등이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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