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재판 하루 앞두고 연기..김미리 판사 병가 때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미리 부장 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13일 재판이 갑자기 연기됐다. 이 재판은 이날 검찰 구형과 최 대표 최후진술만 남은 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재판부인) 21형사부는 재판부의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이번 주 심리 예정인 사건들의 기일을 변경했다”며 “기일 진행에 관한 것이어서 세부 사정은 법원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선 갑작스런 재판 연기가 이 재판부 소속 김미리 부장판사의 병가(病暇)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검찰이 이날 오전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 재판부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의 병가로 13일 재판이 연기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잠시 후 구체적인 사유 확인을 위해 검찰이 다시 재판부에 연락했는데, 이때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낮 1시쯤엔 법원 사건검색으로도 13일 오후 3시 예정됐던 최 대표 재판이 다음 재판기일을 따로 정하지 않은 ‘추후지정’ 형태로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중앙지법에도 각 언론사 취재진들로부터 김 부장판사의 병가 여부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지만 중앙지법 또한 공식 확인은 거부했다.

현재까지 연기가 확인된 사건은 최 대표 사건과 같은 날 진행 예정이었던 일반 형사사건 두 건이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이 재판부가 맡고 있는 주요 사건들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재판부는 최 대표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사건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추가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재판도 12일 이 재판부에 배당돼 김 부장판사가 주심으로 지정됐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기소 1년 4개월만인 다음달 10일 첫 재판기일이 잡혔고,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유 전 부시장 감찰무마 심리는 끝나고 입시비리 부분이 남았지만 아직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재임 3년’ 관례를 깨고 4년째 중앙지법에 유임하게 됐다. 그는 작년 1월 기소된 울산 선거개입 사건에서 1년 3개월 넘게 피고인 출석 없는 ‘준비기일’로만 진행해 재판을 지연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교사 채용비리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동생 사건에서 돈을 받아 전달한 공범보다도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이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유임시킨 것이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다수 맡고 있는 이 재판부에 대한 일종의 ‘사인’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

김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두 명으로 구성됐던 이 재판부는 김 부장판사가 유임하면서 부장판사 세 명(김미리, 장용범, 김상연)이 돌아가면서 재판장과 주심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인적 구성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