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은행 판매 英 펀드, 후순위로 밀렸는데 투자자는 몰랐다

김소희 기자 2021. 4. 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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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610억원어치 판매한 UK신재생에너지 펀드가 영국 투자처의 선순위 채권자에서 후순위 채권자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의 영국 내 투자처가 사업 자금을 메우고자 신규 채권자를 영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채권자에게는 UK신재생에너지 펀드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우선순위가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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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610억원어치 판매한 UK신재생에너지 펀드가 영국 투자처의 선순위 채권자에서 후순위 채권자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의 영국 내 투자처가 사업 자금을 메우고자 신규 채권자를 영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채권자에게는 UK신재생에너지 펀드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우선순위가 부여됐다.

후순위 채권자는 선순위 채권자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순위인지 후순위인지가 자금 회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지만, 하나은행은 후순위 채권자로 밀려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운용사로부터 뒤늦게 통보받았다.

하나금융그룹.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UK신재생에너지 펀드를 판매했다. 이후 UK신재생에너지 펀드는 영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회사 알링턴 인프라스트럭처(알링턴)에 투자했고, 알링턴은 이 자금으로 에너지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 투자자는 프로젝트 수익금으로 연 6.5%의 이자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알링턴이 약속했던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알링턴은 오히려 UK신재생에너지 펀드 측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펀드 측이 이를 거부하자, 알링턴은 2019년 9월 새로운 투자자에게 선순위 담보권 행사를 조건으로 자금을 빌렸다.

모든 채권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이 잘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알링턴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알링턴 측은 투자자들의 돈을 갚기 위해 선순위 채권자의 동의하에 보유 자산을 1400만파운드(약 215억원)에 매각하려 했다. 이 경우 선순위 채권자는 담보자산 85억원을 모두 회수하지만, 국내 투자자는 이를 제외한 130억원(투자금의 21% 규모)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알링턴 인프라스트럭처의 법정관리 문서. 선순위 채권자는 560만1323파운드(약 85억원), 후순위 채권자는 4245만657파운드(약 656억원)의 담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랴부랴 UK신재생에너지 펀드 측이 법원을 통해 자산 매각을 막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선순위 채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영국 법원으로부터 반려당했다.

하나은행은 선순위 채권자가 추가됐다는 사실을 관련 공시가 발표된 지 5개월이 지난 2020년 2월에서야 국내 운용사 보고서를 통해 파악하고 일부 투자자에게 알렸다. 해당 펀드는 판매 당시 ‘전체 자산’에 대한 담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투자제안서에 담고 있었다. 제안서에 담긴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으나, 투자자는 뒤늦게서야 관련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금 회수가 가능한 시점에 선순위 투자자 추가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대처할 계획"이라면서 "펀드 구조상 선순위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UK신재생에너지 펀드를 운용하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관계자는 "법적으로 관련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없으니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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