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모두까기', 윤석열 '킹메이커' 노린 포석일까

이혜영 기자 2021. 4. 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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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 저격하며 尹에 문 열어둔 김종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4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인사를 화상을 통해 듣고 있다. ⓒ 연합뉴스

4·7 보궐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과는 거리두기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는 관계 회복 여지를 단칼에 잘라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현재 시점에서 김 전 위원장이 문을 열어 둔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김 전 위원장이 직전까지 몸 담았던 정당과 안 대표를 향해 필요 이상의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는 윤 전 총장이 대권 주자 행보를 본격화 할 경우,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제1 야당과 안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아직 정계 진출과 관련한 본격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어 두 사람의 결합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도, 안철수도…'어제의 동지' 저격한 김종인

김 전 위원장은 1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당과 안 대표를 직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직후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라고 언급한 데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자기가 이번 승리를 가져왔다는 건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국면과 국민의힘 승리로 선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줄곧 자신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언행에 대해 "그 정도 수준의 정치인",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몰아쳤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불과 며칠 전까지 한배를 탔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비판을 꺼내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상임고문을 맡아달라고 한 것에 대해 "조언이라는 게 가능할 때 하는거지"라며 제1야당의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차 자신을 향해 '민주당 스파이'라거나 "'언제 나가느냐'고 묻는 중진도 있었다"며 사분오열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현 체제대로라면 국민의힘에 다시 들어가 대권 창출에 일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동시에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무 관계도 없는데 마음대로 남의 이름 가져다가 얘기한다"며 안 대표의 일방적인 '구애'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안 대표에 매질을 하면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에 관해서는 판단을 해봐야 한다. 대통령이 무슨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해 줄 수는 있어도, 내가 달리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이를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이 적극적 역할도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측면 사격만 하겠다는 뜻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어느 쪽으로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궤도 벗어난 김종인과 손 잡을까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불을 지핀 배경에는 '위치 선점'을 위한 전략도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 대권 후보는 물론 구심점이 될만한 뚜렷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야권 빅텐트'나 합당 과정에서 재추대론이 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교감까지 이뤄낸다면 야권에서 가질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연대가 현실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난관이 예상된다. 정치인으로서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윤 전 총장은 정계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던 때부터 줄곧 '가족 리스크'에 노출돼 왔다. 정치 세력도, 경험도 전무한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대선까지 돌출될 각종 리스크를 뚫기 위해 제1야당이 가진 조직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이 궤도를 벗어나있는 김 전 위원장에게 또 한번의 '마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과 손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거 승리를 거머쥐는 과정에서 정당 정치의 힘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계산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를 평가절하하면서도 국민의힘과는 '재상봉' 여지를 남겨둔 것도 윤 전 총장과 외부에서 연대를 한 뒤 제1야당으로 함께 돌아가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되, 대선을 위한 선대위를 조기 가동하면서 김 전 위원장을 추대하는 절충안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정계 진출을 가시화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 지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은 물론 야권 정계 개편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은 김 전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안 대표는 12일 합당과 관련해 "오늘부터 시도당부터 시작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오는 14일까지 의견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때까지 국민의힘은 통일된 의견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인지 그것부터 묻고 싶다"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의당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합당과 관련한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고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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