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궤적]<5>저성장의 늪,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근래 보기 드문 최대치를 예상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6%, 미국은 6.4%, 한국은 3.6%로 각각 전망했다. 그러나 IMF 전망에 따르면 G20 국가 가운데 올해 고성장 이후에도 코로나19 전(2019년) 국내총생산(GDP)을 상회하는 국가는 미국, 한국, 호주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올해는 기저효과로 인해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같은 저성장과 저금리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 상당수 나라들은 과잉저축 상황이다. 게다가 주요 국가 정부들은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며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기회만 있으면 투입이 가능한, 준비된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자산시장 급락이 불과 몇 개월 만에 회복되고, 전고점을 넘어서는 현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와 경제성장률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 인과관계의 선후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대체로 고성장과 고금리, 저성장과 저금리는 일정 시간을 두고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장기금리가 상승 기미를 보이는 것을 보고 현재 자산시장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 역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역시 길게 봐서는 큰 우려 사항이 아니다.
알다시피 GDP는 소비, 정부지출, 투자, '수출액-수입액'의 합으로 이뤄진다. '수출액-수입액'은 0에 수렴할 것이지만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대중 소비가 어떤 분야에서 늘어날지, 주요 국가 정부들은 어디에 지출하고 선두권 기업들은 어느 분야에 투자할지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 각국 정부는 신규 부양책을 펼치면서 막대한 재정 지출을 예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인프라 법안을 입안하며 향후 어떤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지 예고하고 있다.
과거 주요 국가들의 증시를 보면 막대한 생산자산 기반이나 자원매장량이 있거나 금융자산 기반 기업들이 시총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본업이 정보기술(IT) 기반이거나 많은 소비자를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유형자산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회사들이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회사일수록 설비투자를 더 하기보다 인재 확충이 미래 성장을 예약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매년 인건비 지출액과 성과보상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장기간의 저금리는 각 기업의 기술 개발 및 발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러한 결과로 나온 신기술과 혁신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생산 단가 인하를 초래했다.
양적 완화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오히려 제조업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가능하게 해 줬다.
최근 시장에서 각광 받는 산업 분야 몇 가지를 언급하면 친환경, 전기차, 콘텐츠, 메타버스, 5G통신, 우주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친환경과 전기차는 기존 연관 산업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변화하면서 해당 산업 선두 주자가 바뀌는 동시에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 외 분야는 지난날의 경제가 실제 현실 공간에서의 소비가 주로 성장을 이끌었다고 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인 가상현실(VR)이나 우주공간으로 영역이 확장되며 우리 생활권과 소비를 확장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설비 투자보다는 인재 확보가 중요한 분야, 기술 혁신이 원가를 낮춰 가격을 인하해 주기보다는 기술 혁신이 기존에 불가능하던 영역을 가능하게 해 줌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는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 또 기존의 물리적 공간 중심에서 가상공간 등으로 인류 생활권을 넓혀 주는 분야 등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는 것이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맞다면 운좋게도 우리 한국은 다소 준비가 돼 있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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