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칼럼]'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 팬과 음악가 연결 복원 시도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0년 5월 영국 음악가 톰 그레이는 '부서진 음반'(Broken Record)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스트리밍이 항상 모든 수입을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 분배해 왔다는 것이에요. 이제 이건 아주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 됐습니다.”
영국 의회까지 나서서 조사하게 만든 이 캠페인은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같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수입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공정의 이유 중 하나가 현재 스트리밍 플랫폼이 채택하고 있는 분배 방식, 즉 '비례 배분 모델'(Pro Rata Model)이다.
예컨대 1만명 사용자가 월 1만원을 내는 어떤 플랫폼 A이 있고 모든 노래의 재생 횟수를 합치면 1만번이라고 할 때 100번 재생된 노래 B는 얼마나 가져갈까. 비례 배분 모델로 계산하면 '(플랫폼 A의 총매출 1억원)×(플랫폼 재생 횟수 총합에서 노래 B의 재생 점유율 1%)=100만원'이다. 얼핏 보기에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단순하다. 계산이 쉽다. 많은 플랫폼이 선호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가 있다. 하나는 비정상적인 스트리밍 횟수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불가리아에서 한 사기꾼이 1000개의 스포티파이 계정을 이용해 24시간 내내 특정한 곡을 재생해서 약 100만달러 수익을 창출한 일이 있다. 1000개 계정 구독에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많은 소득이다.
더욱이 일부 음악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하루 종일 특정 음원을 재생하는 이른바 '스밍 총공'은 어떨까. 혹은 카페나 식당에서 차트 인기곡을 영업시간 내내 반복해서 트는 건 어떨가. 반드시 가짜 계정을 이용한 음원 사재기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위로 인해 재생 횟수가 높아진 인기곡들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정산 방식이 '이용자 중심 모델'(User-Centric Model)이다.
이 모델에서는 특정 곡의 점유율을 플랫폼 전체가 아닌 사용자 기준으로 계산한다. '(사용자 A의 총매출 1만원)×(사용자 A 재생 횟수에서 노래 B의 재생 점유율 n%)'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사재기, 스밍 총공 혹은 카페처럼 24시간 내내 특정 노래를 아무리 많이 틀어도 그 노래는 그 계정이 지불한 1만원 이상은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이용자 중심 모델은 인기 음악가가 아닌 소규모 음악가에 친화적인 정산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2019년 프랑스의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를 시작으로 2020년 한국 네이버의 '바이브'(VIBE)가 전면 도입했고, 최근 최대 음악 창작자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가 채택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직 이용자 중심 모델의 구체적인 분배 개선 효과를 보여 주는 데이터는 널리 알려진 게 없다. 2017년 핀란드 음악 퍼블리셔 협회 연구에서처럼 일부 개선에도 어떤 소규모 음악가는 더 적게 정산받은 결과도 있다. 음악가의 팬 가운데 음악을 이것저것 많이 듣는 헤비 리스너가 많다면 충분히 가능한 경우다.
그럼에도 이용자 중심 모델의 분명한 장점은 '내가 낸 돈이 내가 들은 음악가에게로 간다'는 데 있다. 사용자 C는 음악가 D의 열렬한 팬이어서 오직 D의 음악만 듣는다. 그런데 전체 스트리밍의 90%를 상위 1%의 인기 음악가가 발생시킨다는 통계에 따르면 비례 배분 모델에서는 C가 지불한 1만원 가운데 9000원은 그가 한 번도 듣지 않은 인기 음악가에게로 간다. C와 D 사이의 연결은 기껏해야 10% 이내에서 유지될 따름이다.
그러나 이용자 중심 모델에서는 C가 낸 1만원의 100%가 음악가 D에게로 간다. 이렇게 팬이 좋아하는 음악가를 위해 돈을 내고 그 돈으로 음악가는 삶과 음악 활동을 영위한다는, 팬과 음악가의 연결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고리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이용자 중심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bgbg@bgb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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