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합당 기싸움' 시작..주호영 "가급적 빨리"·안철수 "당원 소통부터"
4·7 보궐선거 이후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야권 개편에 힘을 보태려는 국민의당의 '합당 기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꺼낸 합당 카드에 호응한만큼, 양당의 통합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쟁점은 언제, 누가 주도할지입니다.
국민의힘은 먼저 합당을 진행한 뒤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으로써 야권 개편의 선봉에 서겠다는 전략인 반면, '안철수'라는 유력 주자를 품은 국민의당은 당장의 합당보다는 세 불리기에 주렿가며 야권 개편의 '키'가 되려는 모습입니다.
■ '합당' 재촉하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견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에 합당 의사를 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오늘(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쪽에 합당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의견이 전달되면 다시 우리 쪽 의견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고 공을 넘겼습니다.
주 권한대행은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먼저 합당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 문제를 정리하려면 그쪽 뜻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빨리 의견이 정리되는대로 알려달라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또한 KBS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이번주 수요일(14일)까지는 국민의당 입장을 기다릴 생각"이라며 "만약 답이 오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먼저 지도부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언론을 통해 전당대회 전 합당을 위한 국민의당의 협조를 요구해왔습니다.
지도부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지난 9일 KBS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에서 하나가 되기로 약속을 했으니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야권 통합을 강조한 3선 의원 또한 "안 대표와의 합당을 먼저 이루고 전당대회에 국민의당 출신의 의원들이 최고위원이라도 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국민의힘 주도로 합당을 이뤄내고, 차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유력 주자들을 한데 통합하는 '용광로' 통합론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복수 의원들은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 뒤에는 윤석열 전 총장도 품어야 한다"며 "일단 홍준표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도 한데 묶어 공동전선을 마련한 뒤 야권 승리를 위해 힘을 합해야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제3지대' 염두에 둔 국민의당 "국민의힘부터 의견 정리해야"
반면, 국민의당은 당원과의 소통이 먼저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먼저 내부 의견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도당부터 시작해서 당원들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바로 오늘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의견이 그렇게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소통은 저희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14일까지 국민의당의 입장을 기다린다'는 입장에는 "그러면 국민의힘은 그때까지 통일된 의견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냐"며 "그것부터 한번 여쭙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느긋함은 국민의힘의 내부 시간표에 끌려다니지 않고, 독립적인 '제3지대'로써 대선 국면을 이끌어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야권 주목도를 이끌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거듭 시사해 왔습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보궐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안철수 대표가 출마 선언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스로 서울시장 승리를 생각지도 못했으면서 야권 개편을 마음대로 하려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국민의당이 생각하는 건 합당보다는 윤석열 전 총장과의 결합"이라며 "대선을 치를 역량이 되는 후보들끼리 모여야 선거에 승산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야권에 속한 무소속 의원 또한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야당으로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이 전직 야권인사들 사이에는 퍼져있다"며 "오히려 섣부른 합당보다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 등 야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힘을 실었습니다.
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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