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진단키트 검사 뒤 야간 영업"..시험대 오르는 '오세훈 방역 대책'

구경하 2021. 4. 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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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업무보고와 지시는 모두 코로나19였습니다. 서울시의 최대 현안이 코로나19라는 의미입니다.

취임 닷새 만인 오늘(12일) 오세훈 시장은 '서울형 상생방역'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오세훈 제 38대 서울시장의 첫 정책인 셈입니다.

하지만 4차 유행 중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방역대책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가진단키트+야간 영업…오세훈 표 '서울형 상생방역'

오 시장이 밝힌 서울형 상생방안의 주요 내용은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전제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입니다. 실제 시행까지 준비 기간은 최소한 열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종별·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은 이번 주말까지 마련해, 다음주부터 중대본과 시행 방법과 시기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에 먼저 보도된 구체적인 업종별 시행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방역 혼선 우려와 관련해서는, 특정 업종에 먼저 적용하는 시범 실시까지도 중대본과의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은 대신 브리핑의 상당한 시간을 자가진단키트 설명에 할애했습니다. 오늘 아침 중대본 회의에서 식약처에 자가진단키트 사용 승인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거리두기 완화의 가장 중요한 보완장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가진단키트는 우선 노래연습장에 시범 도입됩니다. 입장 전 신속진단키트 검사 결과 양성으로 의심되면, 업장 주인은 이를 보건소에 신고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이용객은 PCR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로 옮겨질 것이라고 오 시장은 설명했습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의 민감도(정확성)이 낮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알고 있다면서도, "민생 현장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기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속진단키트의 사용 여부는 "민생과 방역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주요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 시험대 오른 '오세훈 방역'…서울시 기존 대책과 정반대 방향


서울시의 별도 방역대책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전부터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별도로 '서울형 강화조치', '서울형 정밀방역', 'S방역' 등의 명칭으로 별도의 방역대책을 발표해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부와 동등하게 방역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집합금지 행정명령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설별 인원 제한, 찾아가는 선제검사 등의 방역대책은 서울시가 먼저 시행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는 순서를 밟아왔습니다.

이때 서울시 방역대책의 특징은, 중앙정부와 같은 방향이면서 그보다 강화된 조치라는 점이었습니다. 3차 유행 때 서울시가 내놓은 비상조치가 대표적입니다.

[연관기사] 밤 9시 이후 서울이 멈춘다…내일부터 2주간 비상 조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3892

서울시가 중앙정부보다 선제적으로 방역대책을 마련해 온 까닭은 천만 인구가 밀집해있고, 출퇴근과 통학을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가 생활하는 대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방역 대책의 또다른 특성은 수도권 공동 대책이란 점이었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이 제안해 중앙정부보다 먼저 시행했습니다. 사람의 이동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의 특성상 연접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방역대책이 시행되면 실효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상생방역은 중앙정부보다 방역을 완화하고, 서울의 독자 시행까지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서울시 방역대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했습니다.

방역당국 "감염병은 전국적 위기…일사분란한 정책 필요"


오 시장의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해, 중앙정부는 서울시가 요청해오면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관된 방역 원칙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인 강도태 1총괄조정관은 모두발언으로 "전국적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과 지방이 하나가 되어 방역에 전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각 지자체는 단계 조정할 때는 중수본 협의 등 정해진 절차를 지키고 인접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오늘 브리핑에서 "그동안 지자체의 거리두기 조치는 지자체, 관계부처, 전문가 의논을 전부 한 뒤에 발표됐다."면서 그런 절차를 서울시도 밟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반장은 "감염병 위기상황은 특정 지자체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조치에 해당하고 감염병이 사람간 이동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만 자가진단키트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면서 "정부의 검토가 완료되면 서울시 시범사업이 가능할 듯하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4차 유행 속 '방역 정치'에 감염병 전문가 '우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4차 유행이 진행중입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은 차수가 높아질수록, 유행 시기가 길어지고 최고 확진자 수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3차 유행 때 추적하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방역조치를 강화해도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되는데, 서울시가 완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하자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여러 활동을 제한하는 게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비필수적일 수 있는 활동이 대상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유흥시설은 이용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방역수칙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완화 조치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공화당 있는 주에서 확진자 늘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을 서울에서 만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면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방역의 원칙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에 수차례 방역대책을 자문해 온 이 교수는 "서울이 지금 유행의 핵심인 상황에서 방역 강화에 역행하는 상황을 만들면 서울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속진단키트의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신속진단키트의 민감도가 20~40%에 불과하고, 무증상 감염자에서는 아예 측정도 안되어 있다."면서 방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시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한 해외 사례를 상세하게 언급하면서 신속진단키트의 민감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용을 하게 되면 민감도, 정확도가 올라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정확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존 PCR 검사를 하루 7만회까지 처리해 온 역량이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의 일평균 검사량은 그 절반 수준인 3만 3천여 건에 그쳤습니다.

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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