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종가 기준 20년7개월만에 '1000선 돌파'
[경향신문]
코스닥이 20년 7개월 만에 1000선을 넘어섰다.
12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11.26포인트(1.14%) 오른 1000.65로 마감했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으로 1000선을 웃돈 것은 정보기술(IT)주 붐이 일었던 시기인 2000년 9월14일(1020.70) 이후 20년 7개월 만이다. 장중 기준으로는 올해 1월27일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시가총액도 411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시작은 1987년 증권업협회(현재 금융투자협회)가 개설한 장외 중소·벤처기업 주식시장이다. ‘코스닥’은 1996년 미국의 나스닥시장을 모델로 이 장외시장에 경쟁매매를 도입했을 때 붙인 이름이다. 거래소시장(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고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1996년 7월1일 기준지수 1000으로 시작한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 붐을 타고 열풍을 일으키며 3년 만에 2000선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코스닥의 과열 뒤에는 ‘닷컴 버블’이 있었다. 새천년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정보기술(IT) 세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세계는 과열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 붐이 불면서 1999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수개월 만에 수십배 오르더니, 2000년 2월에는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거래소시장을 추월했다. 그러나 정작 2000년이 현실이 된 이후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대다수 닷컴 기업이 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주가를 떠받칠 유인이 점차 사라지자 2000년 4월 코스닥시장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 말 코스닥지수는 525.80이었다.
이후 코스닥시장 20년은 ‘정체기’로 요약된다. 정부가 신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기준지수(1000)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21년 여만에 다시 1000에 도달한 것은 ‘유동성’의 힘과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매수세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부양의지 및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따른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며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혁신기업들 위주로 코스닥 시장이 구성돼 이번 지수상승의 디딤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6조3000억원어치 순매수한데 이어 올해도 3월말까지 5조3000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 3월말까지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조원, 900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진단·치료·백신개발 등 제약·바이오주가 초강세를 보였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K-뉴딜정책·2차전지 등 소재 분야 업종들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이 기준지수인 1000을 회복했다는 것은 코스닥시장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며 “코스닥시장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상장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투자자 보호 및 안정적인 시장관리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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