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한국 차부품업체의 생존전략은?

2021. 4. 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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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나라이슈페이퍼] 코로나팬데믹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혁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시장이 급격하게 성장, 공유 차량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한 완성차 수요 감소, CASE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가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산업을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따른 자동차 연간 생산 대수 하락(400만대 이하), 부품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적자 누적, 건실했던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산 혹은 법정관리,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의 과로에 의한 사망,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3개사의 생산량 및 매출액의 감소 등이 그 원인이자 결과이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5년을 45만대에서 2019년 210만대로 증가했고, 2040년에는 전기차 신차판매량이 내연기관차 신차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계획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계획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으며, 필요한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의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유기적 성장전략하에 과감한 구조개혁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온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코로나 이전에도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시장이 급격하게 성장을 한데다가, 공유 차량 서비스의 확산으로 완성차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더욱 더 급격하게 CASE(Connected, Automated, Shared, Electric)를 중심으로 산업이 변화하면서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업계도 심각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그림1 참조).


이러한 위기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로서 코스피 상장사인 지코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지코는 워터펌프(엔진 냉각수 순환장치), 오일펌프, 엔진헤드 등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건실한 회사로 매출액이 800억원(2019. 12. 기준)에 이르던 회사이다. 지코는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액 또한 감소해 왔다. 1차 협력사의 위기는 그대로 2차와 3차 협력사의 위기로 전이된다. 지난 몇 년간 한국자동차산업이 겪어 왔던 위기상황을 요약해 보면, GM의 군산공장 폐쇄,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따른 자동차 연간 생산 대수 하락 (400만대 이하), 부품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적자 누적, 건실했던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산 혹은 법정관리,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의 과로에 의한 사망 등으로 요약할 수 있고,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현대·기아 자동차를 제외한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3개사가 생산량 감소, 매출액 감소 등을 경험하면서 극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다양한 요인들이 자동차산업의 침체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만 CASE와 디지털변혁에 기반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바뀌는 대전환기의 상황들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이하게 되는 경우, 기관별로 상이하기는 하지만 대략 3만개의 자동차 부품 중 많으면 2만개에서 적으면 7천개 정도의 부품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는 경우, 엔진 6천9백개, 전장품 3천개, 구동·전달 5천7백개 등 약 1만1천개의 부품이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모터, 배터리 및 부품 등 약 2천개의 새로운 부품들이 생기게 된다. 현재 내연기관차의 부품 상당수는 엔진이나 변속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데,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 대신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하여 동력을 얻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의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따라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이 변화하면 엔진과 변속기 관련 부품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림2>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시장이 변화할 경우, 부품산업이 받는 영향을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 삼일 인사이트는 전기차나 케넥티드 분야는 성장할 것이고 내연기관 분야는 축소될 것이며 노란색으로 표시된 분야는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기아 자동차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전기차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기 위해 100만대를 세계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만약 현대·기아자동차가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 국내 부품업체가 생산하는 기존의 부품 수요가 축소되고, 전장화된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전기차나 수소차의 생산이 늘어서만이 아니라 기존 차량 부품의 전장화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비록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만 부품은 전장화되어 기존 부품업체들에게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변화

매킨지에 따르면, 2015년 5조4천억 달러였던 자동차관련 시장은 2030년 7조7천억 달러로 증가한다. <그림3>과 같이 택시와 내연기관차가 중심인 전통적인 자동차시장은 3조4천억 달러로 축소되고 승차공유, 전기차,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관련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신규 자동차시장이 4조3천억 달러로 증가한다. 이 중 자동차판매는 연간 2% 정도씩 성장하여 2조8천억 달러에서 4조 달러 수준에 이를 적으로 예측된다. 현재 약 300억달러 정도인 승차공유나 커넥티비티 관련 매출은 1조5천억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5년을 기점으로 봤을 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5년 45만대이던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10만대로 증가했고, 2025년 850만대, 2030년 2천600만대, 2040년 5천400만대로 예상되며, 2040년에는 전기차 신차판매량이 내연기관차 신차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계획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계획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으며, 필요한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의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유기적 성장 (Organic Growth: 회사내에서 관련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 전략을 비유기적(Inorganic Growth: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것) 성장전략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4>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인수합병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분석한 것이다. 대부분의 인수합병이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전기차, 신에너지와 관련된 것이고 ZF의 경우는 신사업 진출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1월 영국 소재 스타트업인 어라이벌(Arrival)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소형 상용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2020년 2월에는 스케이트보드(Skateboard)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카누(Canoo)와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기업인 그랩, 호주의 차량공유 플랫폼인 카넥스트도어, 인도의 차량공유 및 음식배달 서비스업체인 올라, 독일의 자동차 리스사인 식스트 리싱, 이스라엘 딥러닝 인공지능 업체인 알레그로,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기업인 앱티브, 크로아티아 고성증 전기차 기업인 리막 오토모빌리, 유럽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인 아이오니티, 그리고 이스라엘 스마트 소재기업인 가우지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전략 변화는 이제는 기업 내부에서 자원을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보다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혹은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빠르게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배출가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 정부들이 친환경차 정부보조금을 상향조정하거나 친환경자 의무판매 비율을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20% 이상 크기가 작고 15% 이상 싼 전기차 전용 모터인 e-Axle을 개발했고, 독일 ZF는 섀시 일체형 모듈(섀시와 모터, 변속기, 파워일렉트로닉스를 일체화)인 m-STARS를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구조개혁 과제

국내에서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 계열 부품업체나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등은 연구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매일경제가 주요 완성차 협력업체 5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전혀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17개사 (30.9%), 매출액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기업이 1개사, 매출액 7% 이상 4개사, 매출액 5% 이상 11개사, 매출액 3% 이상 5개사, 그리고 매출액 1% 이상 투자하는 기업이 16개사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전기車전쟁 한창인데…'약골' 국내부품사 R&D 꿈도 못꿔 2020.7.19.).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2020년 완성차 수요가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고부가 가치화를 통해 성장을 지속한 글로벌 부품업체들과 달리 국내 부품사들은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 대기업(상장사 89개사 기준)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0.3%인 콘티넨털, 8.8%인 덴소, 7.6%인 보쉬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투자에 비하면 은 3.1%인 국내 부품 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계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일본과 한국 16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015년 일본 7조원 대 한국 1조5천억원에서 2018년 일본 10조원 대 한국 2조원으로 점점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완성차기업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수직적 하청관계, 부품업체 자체의 제품/시장 경쟁력 취약, 디자인 역량 부족, 낮은 영업이익률, 강한 정부 의존도,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취약이라는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이다.

자동차산업이 가진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산업은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첫째는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변혁(Digital Transformation) 물결을 수용하고 디자인, 생산, 판매 프로세스 모두를 디지털로 변화시켜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연구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바꾸어야 한다. 디지털변혁은 부품의 생산과 거래에 있어 표준화와 모듈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표준화와 모듈화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부품들이 만들어져야 글로벌경쟁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만이 아니라 디자인업체, 엔지니어링업체, 정보기술업체, 연구소 등 자동차산업에 지식을 제공하고 자동차산업에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식서비스업체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식서비스의 역량이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되어가는 현재의 상황에서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새로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이나 협동을 통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지식집단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생태계내 기업들의 협력을 모으고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셋째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부품산업 중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부품으로 전환하거나 기존의 부품을 전기차에 맞도록 변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부품시장에는 동일한 부품을 가지고 경쟁하는 회사도 많고 규모가 너무 작아 경쟁력이 없는 회사도 많다. 자동차산업에서 매출액 500억 이하의 규모는 별로 의미가 없다.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것을 만들어 부품회사 여럿을 인수·합병해서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업종에 투자를 하거나, 업종전환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외부자금이 부품업체에 들어가게 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완성차업체와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으로 바뀌게 되고, 시장확보를 위해 보다 글로벌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 자체가 보다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지식서비스 회사들(R&D,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과 협력할 수 있다면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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