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반도체 회의..삼성 등 19개 기업 불러 모은 바이든의 구상은?

최서윤 기자 2021. 4.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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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국 쏙 빼고' 반도체 기업 19개사와 화상 서밋 개최
"삼성·TSMC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 70% 차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주례 경제 브리핑서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삼성, 대만 TSMC, 인텔 등 19개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공급망 관련 화상 서밋을 개최하는 가운데, 미국의 의도와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한때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였지만, 현재는 글로벌 반도체칩 공급의 70%를 TSMC와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자동차부터 스마트폰까지 오늘날 모든 제품의 주재료인 동시에 최근 미·중 긴장의 중심에 서온 주제이기도 하다.

미 CNBC는 11일(현지시간) '어떻게 아시아가 반도체 제조를 지배하게 됐으며 미국은 무엇을 원하나' 제하 기사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대란 속 반도체 시장의 특징과 미국의 정책적 함의를 분석했다.

◇아시아가 지배?…복잡한 반도체 공급망: 반도체 지정학을 이해하는 핵심 키는 공급망과 사업모델이다. 반도체 산업에는 인텔처럼 자체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회사가 있는가 하면 개발과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와 위탁생산 전문업체 파운드리가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가 바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로, 이 두 회사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팹리스 모델로 전환한 지난 15년간 제조사로 자리를 굳혔다. 트렌드포스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파운드리 시장 55%는 TSMC가, 18%는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81%를 대만과 한국이 차지하면서 두 기업은 물론 두 국가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01년 30개사가 반도체칩을 생산했다면, 제조가격이 높아지고 공정이 어려워지면서 이제 3개사로 줄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간신히 자리를 지킨 인텔의 제조 공정은 그러나 TSMC와 삼성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네일 캠플링 미라바우드 증권 기술 부장은 "대만과 한국은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 웨이퍼 제조 분야 선두 주자가 됐다"며 "이 같은 성공은 한편으론 정부의 지원책과 숙련된 노동력 접근성 덕분"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대란' 관련 긴급 화상 회의에 참석한다. 장기화하고 있는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미국에 많은 고객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에게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것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1.4.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런데 TSMC와 삼성의 반도체 제조는 다시 미국과 유럽, 일본의 기계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기계장비를 만드는 업체는 약칭 '세미캡'으로 불리는데,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따르면 이 세미캡 시장은 미국 기업 3곳, 유럽 1곳, 일본 1곳 등 5개사가 전체 70%를 차지한다. 아울러 TSMC와 삼성이 만드는 최첨단 칩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 생산 기업은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다.

복잡한 반도체 산업 공급망 속에서 미국이 뒤처진 분야는 그간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온 생산 부문뿐인 것이다.

◇美, 파운드리 주도권 가져오나 :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이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CNBC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반도체 공급망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조 달러 경기부양안에서도 500억 달러를 반도체 생산·연구 부문에 편성했다. '반도체 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을 통해 입법적으로도 연구개발 확대와 공급망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입법화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2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2곳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완공 시 이 신공장이 미국 내에서 TSMC와 삼성을 대체할 것은 자명하다.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공급망 재검토는 최근 자동차 산업을 강타한 반도체 '대란'으로 촉발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의 원인이 됐다. 캠플링 부장은 "반도체 공급으로 미국 행정부는 스스로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요인도 작용한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지구기술실천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 모두에 미국 내 생산량 확대를 독려하고, 대만처럼 지정학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를 낮추며, 고수익 엔지니어링 일자리 창출을 목표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공급망 재편 속 동맹을 통한 중국 배제 의도가 크게 자리한다. 캐나다 컨설팅기관 미래혁신센터의 아비수르 프라카시 지정학 전문가는 "미국이 반도체 방정식에서 중국을 잘라내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상 앞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작동 방식을 재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왼)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미국 반도체 정책의 한 가지 특징은 중국 견제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는 것"라며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와 미·중 간 '기술 전쟁'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 자급 강화는 이제 국가적 명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이 같은 견제에 맞서 막대한 투자와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한 반도체 자급 역량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 최대 파운드리사인 SMIC의 기술은 TSMC와 삼성에 한참 뒤처져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자국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은 반도체칩을 중국의 기술 상승을 억제하는 무기로 간주해왔다"며 "중국 본토를 배제한 채 열리는 백악관의 반도체 서밋은 '또다른 디커플링'을 추진, 미국 반도체 회사들과 세계 공급에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12일 열리는 백악관 주최 화상 서밋을 직접 챙긴다.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인텔, TSMC를 비롯해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롭그루만, NXP, 패카,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기술, 스텔란티스 등이 참여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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