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란 핵시설 정전, 이스라엘 비밀작전"..모사드 개입?

"이란, 복구에 9개월 걸릴 듯"
"전력 공급시스템 완전 파괴"
모사드 개입 가능성 언론 보도
이스라엘, 핵합의 움직임에 반대

이스라엘 군인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예루살렘 소재 군인 묘지에서 전사자 명부를 바라보며 경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오는 13일 전사자와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현충일을 맞이한다.[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익명으로 NYT에 이란 핵시설의 정전사태를 이스라엘의 비밀작전이라고 부르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의 생산을 복구하는데 최소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나탄즈 핵시설 단지의 독립적인 내부 전력 공급시스템이 큰 폭발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나탄즈 핵시설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으로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안정적 전력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농도 20%까지 농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이날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M16, 구 소련 KGB(현 FSB)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모사드 규모는 CIA에 이어 세계 2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피살됐을 때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파크리자데의 차가 교차로에 진입하며 속도를 늦추자 인근 트럭에 설치된 원격 조종 기관총이 작동해 암살됐다. 이후 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장치로 폭파됐다.

이스라엘 언론인 로넨 버그먼에 따르면 모사드는 1951년 설립 이후 70년간 최소 2700건의 암살을 실행했다. 196-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던 나치 지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이스라엘로 납치해 전범 재판정에 세운 뒤 교수형에 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핵시설 공격 의혹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으며 이 사고로 인한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며 핵시설 정전을 테러로 규정했다.

이번 사건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둘러싼 관련국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NYT는 이란 핵시설 정전 사태가 핵합의를 되살리려는 외교적 노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당사국인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의 회담이 열렸다.

미국은 이란 반대로 회담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회담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외교적 노력을 강하게 반대한다.

이번 이란 핵시설 공격이 핵합의 복원을 위한 분위기에 제동을 가하려는 이스라엘의 공작일 가능성이라는 추측마저 나온다.

이란이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핵합의는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5월 핵합의를 탈퇴하고 단계적으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해 이란의 반발을 불렀다.

중동에서 이란과 앙숙인 이스라엘은 주요국과 이란의 핵합의 복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