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준게 얼만데"..韓서 가방 두개 값만 기부한 디올·버버리
디올·버버리, 지난해 한국서 수천억원 매출 올려
에르메스 매출도 4200억원...프랑스 본사에 860억원 배당
4000억원 번 다이슨도 기부금 2.5억...한국 사회공헌에 인색
"디올 1080만원, 버버리 490만원, 에르메스 3억원···."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1년 동안 사회공헌에 배정한 금액은 자사 제품 1, 2개 값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장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명품 브랜드들이 기부금 등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부터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10년 가까이 매출 등 재무 상태를 밝히지 않았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공개된 결과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코리아(디올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3277억원으로, 2019년(1844억원)과 비교해 75%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5배, 3배로 늘었다. 해마다 한국 매출이 상승세인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덕도 봤다. 해외 매장이나 면세점에서 구입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국내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기간 디올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낸 기부금은 1080만원에 불과했다. 1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2019년에도 기부금으로 400만원을 배정하는데 그쳤다. 디올의 대표 가방 제품인 ‘레이디백’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돼, 현재 미디엄 크기가 670만원에 판매된다.
루이비통·디올·셀린느·지방시 등 패션 브랜드와 모엣샹동·헤네시 등 고가 주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LVMH그룹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은 아시아다. LVMH그룹의 2020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0%였던 아시아시장(일본 제외)의 비중은 지난해 34%로 확대돼, 미주(24%)와 유럽(24%)을 제쳤다.
명품 가방의 대명사인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한국법인(에르메스코리아)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16%씩 증가했다. 매출은 약 4191억원이고, 순이익은 985억원이다. 인기가 많은 25사이즈 버킨백의 판매가는 1300만~1400만원선이지만, 악어 소재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제품의 가격은 1억원을 호가한다.
에르메스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환경 보호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기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르메스 향수 공장에서 생산한 손소독제 30톤과 마스크 4만여장, 2000만유로(약 268억원)를 파리 소재 공공병원 등에 기부했다. 방역 조치로 문을 열지 못한 모든 에르메스 매장 직원에게는 기본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3억530만원에 그쳤고, 순이익의 90%에 달하는 86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50만~60만원대 헤어스타일러(머리 모양을 내는 도구)인 ‘에어랩’으로 인기를 끈 영국 가전제품 다이슨도 마찬가지다. 다이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30% 늘어난 3858억원이고, 순이익은 40% 이상 증가한 10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이슨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2억4500만원이다.
해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온 명품 브랜드들도 비슷하다. 버버리코리아의 2020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매출은 2490억원이고, 순이익은 150억원이다. 기부금은 490여만원에 그쳤다. 그나마도 0원이었던 2019년 회계연도보다 대폭 늘어난 숫자다. 버버리코리아는 2019년 회계연도에 이익잉여금의 3분의 1 수준인 30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한국 소비자의 명품 수요가 높은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굳이 한국에서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고, 명품 업체들의 전체 매출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나오는 만큼 한국 사회 기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에르메스그룹의 매출에서 아시아시장(일본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유럽(25%)과 미주(15%)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이미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해외 명품 브랜드 특성상 굳이 한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현대차처럼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주민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현지 당국이나 지역 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기부 등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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