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작심 비판.."문재인 정권은 부족주의 밥그릇 공동체"
강준만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문 정부는 진보로 위장한 ‘밥그릇 공동체’에 가까운 ‘가짜 진보’라고 규탄했습니다.
강 교수는 정년퇴임 이후 처음 펴낸 자신의 책 '부족국가 대한민국'(인물과사상사)에서 “문재인 정권에서는 부족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선한 권력’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개혁을 위해서는 내로남불과 유체이탈은 불가피하며 때로는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자기가 속한 진영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족국가’라는 진단도 담겼습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할수록 이방인에 대한 감정은 더 폭력적, 적대적이라는 캐나다 출신 역사학자 마이클 이그나티에프의 말을 인용하면서, 소속감에 취한 사람들은 소속감·유대감의 욕구 때문에 누군가에게 부당한 고통을 주는 행위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영논리에 이의를 제기하면 곧장 문자폭탄으로 응징하는 소위 ‘문파’의 행태가 연상됩니다.
강 교수는 “한국에서 부족주의는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정치적 이념”이라며 “나름의 노선과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부족이나 패거리의 이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열성 지지자들의 강철 같은 신념과 행동”이라면서 “이들은 자신의 부족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서 판단하는 부족주의의 전사가 되었다. 모든 기준은 오직 자기 부족의 이해관계”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조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진보임을 자처한다면, 그것은 ‘부족의, 부족에 의한, 부족을 위한 진보’”라며 “그러나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밥그릇 공동체’에 가까운 ‘가짜 진보’”라고 일축했습니다.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강준만 교수는 강한 어조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과 위선과 무능을 비판합니다. 문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에 이은 세 번째 진보정권이지만 ‘성찰’이 없다면서 “성찰이 없는 진보는 진보일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모든 잘못된 것은 보수의 탓이라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로 일관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은 기껏해야 ‘보수 응징’ 세력이지 진보가 아니다”라며 “적폐 청산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대표 슬로건이 말해주듯이, 보수 응징 이외에 이렇다 할 진보의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문 정권이 “집권 기간 내내 ‘보수의 악마화’를 노린 ‘증오 마케팅’으로 일관했다”면서 “수십 년 전 운동권 시절의 멘털리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인 문제가 성찰의 부재에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책에는 여권의 핵심 논객인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한 지적도 담겼습니다. 김 씨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본인이나 지지층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과거 운동권이 감옥 수감 여부를 마치 훈장처럼 여기는 문화가 그대로 이식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 ‘이명박근혜 때 뭐 했느냐’고 묻는데, 김어준 등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운동권에 있었던 ‘조직 보위론’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강 교수는 “우리 편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걸 알리거나 비판하는 건 군사독재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절대 그런 짓을 해선 안 된다. 이게 바로 조직 보위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조직 보위론은 독재 정권 시절 진보 진영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은폐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윤미향 사건 직전에 치러진 415 총선도 다를 게 없었다면서 “사실 민주당의 죄악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젊은 세대의 의식까지 ‘친일·반일’ 프레임이 자리 잡도록 집요한 선전·선동을 한 데에 있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책을 출판한 인물과사상사의 서평에서는 “한국에서 부족주의는 이념의 좌우를 초월하는 최상위 개념, 부족주의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이 노골적인 부족국가로 퇴행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과거 보수정권의 부족주의는 박근혜 정권에서 제 무덤을 파며 몰락했지만, 진보 부족주의는 명분과 당위의 포장을 앞세워 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족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진보 부족주의는 민주화 투쟁같은 거대 담론이나 총론에는 강하지만, 민생과 각론에는 무능하고 약하다”고 평가하고 “더구나 이들은 민생을 소홀히 한 채 기득권과 정의를 동시에 독점하려고 하기까지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대표적인 진보 부족주의의 스캔들로 윤미향 사건과 박원순 사건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부족주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검찰의 악마화’를 들었습니다. 검찰개혁의 요구가 분출한 배경이 바로 ‘검찰의 부족주의’였는데,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건 이들이 정작 부족주의에 찌들어 있으니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부족주의는 역지사지 능력을 죽여버린다”면서 “이들에게 나름의 이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들은 선이요, 정의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집단적 자기기만”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익공동체 성격이 두드러져 상황이 바뀌면 분열과 배신이 대규모로 일어날 기회주의적 부족주의”라며 내부 분열 가능성도 예고했습니다.
현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간강사법 등 정책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정책이었다면서도 “정책 시행 시 일어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부작용에 대한 대처 방안이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진보가 선호하는 추상적 당위의 함정”이라면서 “적어도 정책 영역에서는 현실을 당위적 수사에 종속시키지 말고, 실천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 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선은 진보의 특권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의 민생 실패는 구체와 디테일을 무시하는 진보의 오랜 습속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데카르트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고 말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탁월한 인물 비평과 한국학 연구로 잘 알려진 지식인입니다. 언론, 정치, 사회, 문화 등 분야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저술로 시대를 바라보는 깊이있는 통찰을 제공해왔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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