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손현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건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4. 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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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산·바다 벗어나 역에서 만나는 신선한 힐링의 참맛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역에는 설레임이 있다. 어딘가로 데려다줄 기차를 기다리면서, 때로는 그리웠던 누군가가 내릴 기차의 도착을 앞두고 그러하다. 특히 시골의 작은 간이역들은 그 감흥이 더 진하다. MBC 토요 예능 <간이역>은 이런 간이역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체류 예능이다.

체류 예능은 관찰 예능의 하위 범주이자 여행 예능의 변주이다. 여행보다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만 그렇다고 체류하는 곳이 일상의 공간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서 단기 체류를 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인데 <삼시세끼>가 그 시초일 듯하다.

섬과 산속에서 시작된 체류 예능은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확장돼 나아갔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취약한 여행 예능이 어려워지자 통제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체류 예능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체류 예능은 섬, 산속처럼 야생의 삶으로 돌아가 먹거리를 찾고 잠자리를 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안 싸우면 다행이야> 등).

야생 속 먹거리 잠자리 해결 미션 프로그램이 흔해지자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졌다. 바닷가 예쁜 집에 머물기도 하고(<여름방학>), 지방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고(<윤스테이>), 시골 슈퍼마켓의 사장이 되기도 한다(<어쩌다 사장>). 체류 차별화를 위해 요트나 캠핑카같은 운송수단을 취식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요트원정대> <바닷길선발대> <바퀴달린집2>).

그러다 등장한 체류 예능의 새 공간이 간이역이다. 간이역은 전국 250개가 넘을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은근히 밀접한 존재이지만 지방 인구 감소에 대응한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이런 간이역을 찾아 배우 손현주가 명예 역장, 개그맨 김준현과 배우 임지연이 명예 역무원을 체험하는 포맷이 <간이역>이다.

시청자들이 체류 예능에서 즐기는 두 축은 스타 고생시키기의 재미와, 배경 공간이 전하는 힐링이다. <간이역>은 스타 고생시키기보다는 힐링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는 듯하다. 세 MC들이 본업이 아닌 역무원의 일에 적응 과정에서 다소 애를 먹긴 했지만 다른 체류 예능 출연 스타들이 몸이 부서져라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강도가 약한 편이다.

세 MC와 초대 스타들이 역무 외에 작은 시골 간이역 역무원의 업무 성격상 마을 사람들의 집안일을 돕느라 진땀을 흘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임지연과 게스트 배우 임수향이 두부 만들기 위해 맷돌 돌리느라 고생을 한 10일 방송분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녹초가 될 정도인 경우는 별로 없다.

<간이역>은 다른 체류 예능이 스타 고생시키기로 만드는 재미를 주로 손현주 캐릭터 플레이로 만들어낸다. 손현주는 열심히 준비하고 진지하게 임하지만 막상 업무나 체류 생활에서는 서툰 모습을 종종 보이는데 이를 놀리는 김준현, 임지연과의 케미가 낳는 웃음이 쏠쏠하다.

배우 신정근이나 박성웅처럼 게스트들도 손현주 물어뜯기(?)에 합류해 여러 재미를 만들어냈다. 손현주는 예능에서 꼭 필요한 샌드백 역할을, 고정과 게스트 통틀어 맏형인 입장에서 완벽하게 수행한다. 이로 인해 <간이역>은 웃음을 부르는 상황이 적절히 이어지면서 밋밋해지기 쉬운 체류 예능의 약점을 피해가고 있다.

<간이역>은 힐링 측면에서 다른 체류 예능들보다 비교 우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체류 예능의 힐링은 주변의 자연 풍광에 주로 의존하지만 <간이역>은 다양하고 풍부한 힐링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간이역이라는 체류 공간 덕분이다. 간이역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공간 자체에 떠남과 만남이 만들어내는 힐링의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여기에 간이역 주변에는 다른 체류 예능처럼 아름다운 풍광의 자연들도 존재한다.

MC와 게스트들이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온기가 주는 힐링도 제공된다. <간이역>의 마을에는 기차를 놓치면 공용차로 데려다주거나 역전 가게 주인이 자리를 잠시 비울 경우 가게를 대신 봐주는 등 역무원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대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전통의 따뜻한 인간관계가 살아 있다.

간이역이 있는 지역은 인기 관광지가 아닌 덕에 신선함도 더해져 힐링의 순도는 높아진다. 이렇듯 최상의 힐링 공간을 만난 <간이역>은 보답을 위한 노력도 한다. 방송 후 간이역과 마을을 더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 사진 찍기 좋은 의자나 이정표 등을 초대 게스트가 직접 만들어 기념품으로 놓고 가기도 한다. 간이역이나 마을이 좀 더 북적거리던 예전으로 돌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간이역>은 역과 사람,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등의 다양한 훈훈함을 만날 수 있는 힐링 맛집이다. <간이역>이 250곳 간이역을 어디까지 소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간이역이라는 신선하고 풍성한 힐링의 공간을 소개한 인상적인 체류 예능으로 기억될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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