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커피빈 카드까지 나왔다".. '전용카드' 전쟁 2차전
지난해 말부터 카드업계에 불어닥친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바람이 올해 한층 더 거세질 분위기다. 현대카드가 스타벅스·배달의민족 PLCC로 적잖은 성과를 거두자, 신규 소비자에 목마른 다른 대형 카드사들도 호텔·식품·패션 브랜드와 손을 잡고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이 모두 PLCC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올해 1분기에만 PLCC 5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달 30일 세계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글로벌 호텔 멤버십 PLCC인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내놨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26만7000원인 프리미엄 카드지만, 발매한 지 채 열흘이 지나기 전에 3100매가 넘게 팔렸다.
이 카드는 신한카드가 메리어트와 협약을 맺고, 카드 설계단계부터 마케팅 단계까지 함께 논의하고 비용을 같이 부담해 만든 카드다. 검은 카드 플레이트 상단에는 신한카드 폰트보다 큰 메리어트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혀 있다.
이전에 카드사가 운영하던 기업 제휴 카드가 기본 신용카드 혜택을 대부분 제공하면서 해당 기업에서 결제하면 포인트나 캐쉬백을 얹어주는 형태였다면, 이 카드는 신한카드에서 만든 메리어트 ‘전용카드’라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카드 혜택을 메리어트 호텔에 집중했다.
기존 카드사 기본 혜택은 제공하지 않고 메리어트 계열 호텔을 이용할 때 혜택을 몰아서 받는 형태다. 전 세계 메리어트에 숙박할 수 있는 무료 숙박권이 나오고, 호텔 이용 시 보너스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 주는 식이다.
이 밖에도 지난달 KB국민카드는 KB국민카드 최초 PLCC인 ‘커피빈 PLCC’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선보여 6개월여 만에 10만여좌를 새로 판 ‘스타벅스 현대카드’의 대항마 격이다. 오는 5월에는 삼성카드가 자사 최초로 ‘카카오페이 PLCC’를 출시한다. 롯데카드는 금융 스타트업 뱅크샐러드와 손잡고 PLCC ‘빨대카드’를 내놨다.
이 같은 PLCC 열풍의 배경에는 2015년 ‘이마트 e카드’로 국내 시장에 처음 PLCC를 선보인 현대카드의 선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스타벅스·대한항공 PLCC로 현대카드가 개인회원 수를 늘리고, 모집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자 다른 카드사들도 PLCC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신규 소비자 확보가 쉽지 않은 카드업계에서 업계 ‘만년 4위’였던 현대카드는 배달의민족·스타벅스·대한항공 PLCC가 삼연타석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회원 수, 신용판매 취급액이 전년보다 각각 7% 늘었다. 지난 4분기에는 법인 신용판매를 제외한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에서 17.69%를 기록하며 KB국민카드(17.34%)를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핀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PLCC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앞두고 핀테크 업체들로부터 지급결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다양한 업체들과 미리 관계를 맺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PLCC는 일반 제휴카드 소비자 데이터보다 더 세밀하고 다양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모은 고급 정보를 이용해 마이데이터 사업 같은 다른 사업부에 활용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현재 소비행태에도 마니아들을 노린 이런 카드들은 상당히 부합한다"며 "장기적으로 휴면카드가 될 확률이 낮고, 카드당 평균 결제금액도 일반 카드 가입자보다 높아질 여력이 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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