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오버액션이라고? 영언론들 주장은 정당한가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4. 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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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선수 출신 축구 전문가들이 일제히 손흥민이 오버액션을 취했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의 파울이 오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과연 정당한 주장일까?

토트넘이 홋스퍼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31라운드에서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1-3 역전패를 당했다. 이와 함께 토트넘은 14승 7무 10패 승점 49점에 그치며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웨스트 햄(승점 55점)과의 승점 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반면 맨유는 18승 9무 4패 승점 63점으로 3위 레스터 시티(승점 56점)와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리며 2위 자리를 공고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와 별개로 이 경기에서 오심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오심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과 맨유 수비형 미드필더 맥토미니가 위치하고 있다.

먼저 논란이 되는 장면을 돌이켜보도록 하자. 33분경 맥토미니가 드리블을 치는 과정에서 뒤에서 쫓아오는 손흥민의 안면을 팔로 가격한 후 패스를 내주었고, 프레드의 전진 패스를 받은 폴 포그바의 센스있는 스루 패스를 에딘손 카바니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크리스 카바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결과 맥토미니의 파울을 선언하면서 카바니의 골을 취소했다.

이에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오심이다. 심판이 똑바로 봤어야 했다. 완벽한 골이었다"라고 오심을 주장하는 한편 "속임수를 써서는 안 된다. 만약 내 아들이 손흥민처럼 3분 동안 쓰러진 채로 있고, 10명의 동료들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도와줘야 한다면 난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손흥민이 헐리웃 액션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맥토미니 역시 "이건 명백한 골이었고, 심판이 실수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라고 소견을 전했다.


다만 솔샤르와 맥토미니의 경우 맨유 입장이다 보니 파울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도리어 저런 장면에서 파울이었다라고 인정하는 케이스를 찾기 드문 게 사실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 언론들과 축구 전문가들의 반응에 있다. 토트넘과 맨유 경기를 생중계한 영국 '스카이 스포츠' 해설진은 해당 장면이 VAR 결과 파울로 선언이 되자 "만약 손흥민이 넘어지지 않았다면 골은 주어졌을 것이다. 이게 선수들이 넘어지는 이유이다"라고 비꼬았고, 하프 타임에는 "당혹스럽고 말도 안 되는 일(embarrassing and ridiculous)"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PL에서 활약했던 레전드들의 주장도 일맥상통했다. 먼저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로이 킨은 해당 장면에서 대해 "놀랍다. 이런 게 파울이라면 우리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경기장에 뒹구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파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맨시티에서 측면 수비수로 뛰었던 마이카 리차즈도 "부끄럽다. 이건 더 이상 축구가 아니다. 경기를 망치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판정이다. 그건 절대 파울이 아니다"라며 킨의 주장에 동조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에 있는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게리 리네커 역시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VAR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변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많은 실수가 발생할 뿐 아니라 경기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있다. 축구를 특별하게 만드는 축하의 기쁨이 완전히 더럽혀졌다"라고 소견을 전했다.

심지어 토트넘 출신 레전드들도 해당 장면이 오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이미 레드냅은 "팔을 옆으로 내리고 뛸 수 있나? 축구에서 팔은 항상 지렛대처럼 역할을 한다. 손흥민도 맥토미니를 잡으려고 팔을 내밀었다. 그건 파울이 아니다. 말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저메인 지나스 또한 "파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영국 언론들은 물론 선수 출신 전문가들과 레전드들이 일제히 손흥민이 과잉 액션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니 많은 현지 팬들은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인종차별적 비난들과 저주들을 쏟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몸싸움에 상당히 관대한 편에 속한다. 그러하기에 공부터 건드린다면 태클이 깊게 들어가더라도 파울이 아니라는 주장들을 많은 선수 출신 축구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다. 어지간한 육체적인 충돌도 몸싸움으로 간주하곤 한다.

이로 인해 PL 팀들은 자국 리그보다는 챔피언스 리그와 같은 유럽 대항전에서 더 많은 파울과 카드 징계를 받는 경향성이 있다. 당장 이번 시즌만 놓고 보더라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PL 4개 팀들(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유, 첼시)이 자국 리그에선 125경기 165장의 카드(옐로 162, 레드 3)와 함께 경기당 1.32장의 카드를 얻는 데 반해 챔피언스 리그에선 33경기 54장의 카드(옐로 53, 레드 1)와 함께 경기당 1.64장의 카드를 수집하고 있다. 즉 PL의 판정 기준이 타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맥토미니의 행위가 파울이 아닌 건 아니다. 맥토미니의 팔은 통상적으로 뛰는 자세를 감안하더라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팔이 위로 높게 올라오면서 손흥민의 안면을 가격했다. 달리는 동작보다는 뿌리치는 동작에 더 가까웠다. 영국 심판 위원회(PGMOL) 역시 하프 타임에 공식 성명서를 통해 "맥토미니의 동작은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었다. 조심성이 없는 파울이었다"고 명시했다.


게다가 손흥민이 다소 과한 액션을 취했는지는 선수 본인만이 알 길이다. 분명한 건 안면에 가격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맞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당연히 명백한 파울에 해당한다. 손흥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느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과장된 액션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손흥민이 쓰러진 장면은 페널티 박스 근처도 아니었고, 맨유에게 있어 결정적인 득점 상황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빌드업 상황에 해당했다. 맥토미니의 횡패스를 받은 프레드가 전진 패스를 찔러준 시점을 시작으로 맨유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즉 손흥민이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로 과장되게 넘어질 이유가 없었다.

최근 VAR 제도가 생기면서 과거에는 못 보고 넘어갔던 반칙들까지 세세하게 잡히면서 판정 논란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오프사이드에서 동일선상처럼 보일 때조차도 반칙이 불리면서 골이 취소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 흐름이 끊기면서 축구의 재미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접촉이더라도 고의성이 있다면 파울인 것이고, 미세한 차이더라도 오프사이드는 오프사이드인 것이다. 과거에는 넘어갔다고 해서 정당화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도 '축구는 남자의 스포츠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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