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낙원의 밤' 느리고 아프고 강렬한 박훈정의 실낙원
태구는 외롭다. 누나도 조카도 자신 때문에 죽었다. 어차피 죽어도 상관없을 목숨, 조직의 보스 양사장을 위해 상대 조직 보스를 제거하려 한다. 그리고 러시아로 도피하기 전 잠시 제주도에 몸을 숨기라는 양사장의 이야기에, 제주도행 비행기를 탄다.
재연은 죽는다. 한 달도 채 목숨이 남아있지 않다. 삼촌 손님이라며 집에 머무는 태구가 달갑지 않다. 어차피 세상에 미련은 없다.
태구와 재연. 둘 다 죽음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기 때문일까, 묘하게 서로가 눈에 밟힌다. 태구는 재연에게서 자신 때문에 죽은 누이와 조카를 본다. 재연은 무뚝뚝한 태구가 왠지 끌린다. 깡패인데 깡패 같지 않은 깡패 이기 때문일까. 그렇게 둘은 낙원 같은 제주도에서 천천히 끝이 정해진 시간을 보낸다.
태구에게 보스가 당한 경쟁 조직의 마 이사는, 단숨에 양사장 일파를 제압한다. 태구 덕에 살았다던 양사장은 결국 마 이사에게 태구를 넘기기로 한다. 그렇게 태구의 남은 날도 정해진다.
'낙원의 밤'은 얼핏 키타노 타케시의 따뜻한 섬을 배경으로 한 야쿠자 영화들이 연상된다. 그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설정의 기시감과 따뜻한 남쪽 섬의 이미지가 겹치는 탓이다. 상대 조직에게서 쫓기는 깡패와 시한부 인생의 여자, 둘의 미묘한 감정, 이 클리셰도 익숙하다.
그렇지만 '낙원의 밤'은 이 익숙함들에도 불구하고 강렬하다. 느린 호흡 탓이다. 느린 호흡을 쌓고 쌓아 마지막 순간에 다른 방향으로 폭발시킨다. 뻔한 결말 대신 다른 결말로 관객을 안내한다. 박훈정 감독은 특유의 느린 호흡과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 마지막에 전혀 다른 그림으로 완성시켰다. 그는 이제 자신의 느린 호흡을 갈무리하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 박훈정 감독은 이제야 보여주지 않아도 보여주는 법을 체득한 것 같다.
'낙원의 밤'은 마치 박훈정 감독의 출세작 '신세계' 스핀오프 같다. 조폭과 부패한 경찰, 그리고 강인한 여성들. 박훈정 월드 한 켠에 있을 법한 작지만 강렬한 이야기다. 느리고 아프고 고독한, 그래서 희미한 온기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결이 담겼다. 박훈정 감독은 이 결에 제주도를 또 다른 주인공으로 담았다. 단지 풍광이 아닌, 밝으면서 우울한 푸른 빛. 그 푸른 빛에 그 결을 녹였다. 그 결이 담긴 제주도는 잠시의 낙원이요, 그래서 실낙원이다. 그렇기에 '낙원의 밤'은 박훈정 월드의 쉼표가 아니라 징검다리 같다.
밑에서 위로 늘 주인공들의 불안한 얼굴을 담아내는 박훈정표 카메라 앵글은 이번에도 인장처럼 뚜렷하다. 그 인장에 제주도의 풍광이 위에서 아래로 포개진다. 이 교차가 유려하다. '낙원의 밤'이 클로즈업이 많은데도 극장에서 관람해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네마인 건, 이 유려한 교차 때문이다. 넷플릭스 공개가 아쉽다. 이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봤다면, 그 교차가 더 강렬했을 터다. 큰 화면에 불안하게 크게 박힌 인물들의 표정과 그 위로 포개지는 제주도의 넓디넓은 풍광의 교차. 영화의 운명이라지만 아쉽다.
태구 역을 맡은 엄태구는 좋다. 낮디낮은 저음과 선해 보이는 표정, 그것이 돌변할 때 주는 긴장감이 크다. 배우의 캐스팅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다. 재연 역할의 전여빈은 아주 좋다. 자칫 클리셰 범벅이었을 법한 재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10분은 온전히 전여빈의 것이다. 마 이사 역의 차승원은, 이 배우의 쓰임이 다양할 수록 좋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이 영화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게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한국영화 현 주소다. '낙원의 밤'을, '낙원의 밤'의 소리를, 언젠가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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