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회복에 드릴십 수요↑..삼성重, 연내 재고 5척 털어낼까
3조 규모 드릴십 재고 떠안아…지난해 장부가치만 3500억 원↓
[더팩트|이재빈 기자]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이 용선(임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고 드릴십 처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다수의 드릴십을 수주했지만 선사의 계약 파기나 인도 거부로 5척의 재고 드릴십을 떠안은 상황이다. 유가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전망인 만큼 삼성중공업이 드릴십 처분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에너지업체 쉘(Shell)은 오는 12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머스크 바이킹'(Maersk Viking)호를 용선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약 3400만 달러(한화 약 382억 원)이다. 드릴십은 말레이시아 해상유전에 타입돼 석유화 천연가스를 시추할 예정이다.
드릴십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유정과 가스를 탐사하거나 시추하는 선박이다. 통상 길이 228~230m, 폭 36~42m로 설계된다. 이번에 쉘이 용선한 드릴십은 길이 228m, 폭 42m로 2014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머스크에 인도했다.
한때 조선업계에는 드릴십 수주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가격은 6억 달러(6755억 원)를 웃돌았고 발주도 풍년이었다. 특히 2011년에는 25척이 발주됐는데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10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하는 쾌거도 이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십은 총 26척에 달했다.
문제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빚어졌다. 2010년대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는 2014년 '아랍의 봄'을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고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유가는 추가 급락했고 드릴십의 채산성이 급감한 것이다. 시추시장 조사기관 리그로직스에 따르면 지난해 드릴십 가동률은 70%를 밑돌았다. 결국 일부 선주가 드릴십 인도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삼성중공업은 이들 재고 드릴십을 떠안게 됐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주인을 찾지 못한 재고 드릴십은 총 5척으로 계약 금액은 29억9000만 달러(3조3666억 원)이다. 이 가운데 받아낸 선수금은 약 34%인 10억1000만 달러(1조1372억 원)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고자산의 가치도 감액됨에 따라 2019년 말 15억9000만 달러(1조7903억 원)였던 장부가치는 지난해말에는 12억8000만 달러(1조4412억 원)로 약 3500억 원이나 떨어졌다.
다행히 국제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 드릴십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9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배럴당 59.3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WTI가 배럴당 50달러 초반을 기록하던 점을 감안하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을 웃돌아야 드릴십 운용의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릴십 용선료와 수요도 회복세다. 글로벌 에너지업체 웨스트우드(Westwood Global Energy Group)에 따르면 드릴십 일일 용선료는 최근 20만 달러(2억2519만 원)를 돌파하며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 올해 드릴십 수요 역시 지난해 대비 10척가량 증가한 65척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약 30척의 드릴십이 노후 등의 이유로 올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재고 드릴십을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보급에 따른 세계경제 정상화가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원요 수요도 증가, 드릴십을 찾는 선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드릴십 중고거래가 없어 매각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내 일부 물량 매각이 진행된다면 시각이 달라지겠지만 이전까지는 잔고에 대한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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