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유흥업소 영업제한 완화 추진에.. "가뭄 단비" vs "방역 혼선"
"전국 유흥시설 가운데 절반이 파산했다. ‘서울형 거리두기’는 우리는 살리는 정책이다."
"신규 환자가 700명대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내릴 결정은 아니다."
정부가 12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유흥시설 영업을 3주간 금지한 가운데, 서울시가 독자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유흥시설 영업 금지를 풀고 업종에 따라 영업시간을 달리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히자 유흥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때 이른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 "소상공인 호소 이어져… 영업 재개 힘 쏟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에서 코로나 관련 첫 브리핑을 열고 ‘상생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주고 손실보상을 추진 중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전제로 들면서 "근본적인 해법은 영업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업종·업태별 맞춤형 방역 수칙을 수립해 기존 방역을 대체해 나가겠다"면서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되 방역 수칙은 획기적으로 강화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 단체에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과 관련한 공문을 보내고 의견을 수렴했다. 시가 제시한 초안에는 유흥시설에 대해 유흥·단란·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오후 5~12시,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11시, 콜라텍과 일반식당·카페는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다양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유흥업계 "불법 영업 막아 방역 관리 용이해질 것"
지난해 2월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수도권에서 약 10개월간 문을 닫아야 했던 유흥업계는 "드디어 숨통이 트였다"며 서울시 결정을 환영했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 2월 15일부터 유흥시설에 대해서도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했지만, 주로 야간에 손님이 몰리는 업계 특성상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 정책’이었다고 비판받았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문을 열어봤자 손님은 없고 직원 급여만 더 들어 영업을 포기한 업장이 절반은 된다"며 "오히려 손님이 불법 영업을 요구하고 업소가 이에 응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면서 무전취식을 하는 등 피해도 이어지고 있어 차라리 문을 열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영업시간을 풀어주는 대신 방역을 강화하는 서울시의 새 거리두기 방침이 오히려 불법 영업을 막아 코로나 확산 억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영업 정지 기간이 길어지자 숙박시설에서 주점을 운영하거나 문을 닫고 영업하는 등 불법이 판을 쳐 감염경로조차 알 수 없는 사례가 많았다"며 "차라리 문을 열게 하고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정확한 방문자 파악과 불법 영업 방지를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2주간 저장하고 사장부터 종업원, 경비원까지 주기적으로 선별검사를 받겠다고 서울시에 알렸다"고 말했다.
◇ 의료계 "영업시간 늘려도 된다는 근거 없어… 위험한 결정"
여러 전문가들은 유흥시설 영업 제한 완화를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식사, 음주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어렵고 주로 밀폐된 시설에서 수 시간을 보내는 특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률이 낮은 데다 코로나 4차 유행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협력해 감염 확산 방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건 환자가 늘고 있는 시기에 적절치 않다. 중앙정부와 잘 협의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유흥시설을 비롯해 집단감염 발생 위험이 높은 곳에 대해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시설의 영업시간을 연장해도 감염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근거가 확실하다면 논의해볼 법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서울시가 도입을 촉구한 자가진단 키트에 대해서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90%는 넘어야 한다고 본다"며 "자가진단 키트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응급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아직 서울시의 거리두기 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에서 (거리두기 관련) 안이 오면 협의를 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특별한 거리두기 관련 조치를 할 경우 중대본을 통해 협의해 발표해왔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그런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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