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에 '의자'가 사라졌다..백화점, 4차 대유행 우려에 2분기 '먹구름'
3월 이후 50%대 매출 신장세 보이던 백화점
일일 확진자 600명 넘어서자 성장세 제동
더현대서울 등 백화점엔 휴식공간 사라져
거리두기 격상·소비 위축 우려… "5월 ‘가정의 달’ 특수 또 놓칠라"
12일 오후 2시 더현대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존, 자연광이 비추는 실내 정원으로 유명한 이 곳에 의자가 사라졌다. 이 날부터 정부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고객 휴식공간 이용을 금지하자 내려진 조치다.
직장인 김지화(29)씨는 "오랜만에 연차를 내고 핫플레이스(명소)라는 더현대서울을 찾았는데, 앉을 곳이 없어 헤매고 있다"며 "블루보틀 카페엔 대기자가 120명이라 들어갈 수 없다. 좀 더 돌아보고 앉을 곳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려 한다"고 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모든 백화점의 휴식 공간에선 이 날부터 3주간 의자를 이용할 수 없다.
지난 1분기 '보복소비'로 웃음짓던 백화점 업계가 코로나 4차 대유행 우려로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 안팎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이 날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3주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2단계가 적용된 수도권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 날부터 시식·시음·견본품 사용 및 고객 휴식공간 이용이 금지된다.
2월 이후 매출 회복세를 보이던 유통업계에는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 판매는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통계 작성 후 1996년 2월(52.9%)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율이 컸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보복소비로 분출되면서 회복세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3월 매출도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69% 성장했고, 신세계백화점(50.6%), 현대백화점(069960)(74.1%)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부진했던 패션·잡화·스포츠 등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한 399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교보증권은 같은 기간 롯데와 현대백화점 매출이 각각 14.3%, 28.4%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2월 말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개장 한 달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4월 들어서도 봄 정기세일로 인한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세일이 시작된 2일부터 11일까지 신세계(004170)(55.2%)와 현대(51.6%) 백화점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50%가 넘는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유통업계에선 코로나 4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일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했던 작년 8월 2차 유행 당시 백화점업계의 매출은 대유행 발생 전주보다 25% 이상 급감했다. 11월 3차 대유행 후엔 연말 매출이 10%대가 줄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 확진자 수는 587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7명이 줄었지만, 최근 1주간 하루 평균 628명꼴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9일 거리두기 3주 재연장 방침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언제든지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시식과 샘플 사용 서비스 등을 중단을 백화점들은 이 날부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된 소파의 착석을 금지했다. 공간의 절반을 실내정원과 휴식공간으로 조성한 더현대서울 역시 1층 분수대의 착석을 제한하고, 5층 실내정원의 의자를 없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는 5월 '가정의 달'의 특수로 선물 수요가 급증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1분기 흐름이 좋아 이를 기반으로 작년의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었는데, 4차 대유행이 발생할 조짐이어서 기대감이 줄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격상되면 소비 심리가 크게 가라앉아 매출이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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