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참석하는 '반도체 회의'.. 삼성전자 손익 계산서는?
삼성전자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주최하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 회의에 참석한다. 업계에선 반도체를 안보 전략 물자로 보고 '반도체 굴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미국이 제시할 '청구서'와 더불어 삼성전자에 주어질 '손익계산서'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구축하는 미국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우리 시간으로 13일 새벽 1시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반도체·완성차 업계와 세계적 반도체 칩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를 연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반도체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회의 소집에 나선 백악관의 의중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회의 종료 이후 백악관에서 나올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브리핑 등을 통해 반도체 수급난을 위해 대대적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신뢰할 파트너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동맹 강화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TSMC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과 경쟁 중인 기술 패권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되면서다. 실제 이번 회의에 참여할 19개 글로벌 기업 가운데 11개사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회사들이다.
삼성전자에 첨단 공장 지어 달라고 요구할 듯
미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배터리 등 4대 품목을 전략부품으로 지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공급망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 차원의 반도체 수급 현황 조사가 끝나는 대로 미 행정부가 삼성전자에 본격적으로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목표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칩 부족으로 잇따라 빚어진 미국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더구나 미국은 인텔 이외에 모바일 프로세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이 전무하다. 인텔 역시 첨단 공정의 첫 관문으로 여겨지는 10나노 공정에서 멈춘 상태다. 때문에 백악관은 이번 회의에서 삼성전자에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장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생산능력은 현재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정도만 갖추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미국이 중국 최대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SMIC를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린 것도 첨단 공정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을 주고 첨단 공장 증설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반도체 투자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첨단 반도체를 구축하는 데엔 초기 투자금 외에도 매년 막대한 운영 투자금이 들어간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보니 이를 미국으로 돌리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도 필요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이 중국의 3분의 1 수준인데, 이를 중국에서 제시한 선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미 정부의 지원만 뒷받침되면 글로벌 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 게 제2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 역시 "삼성전자는 사업성을 잘 따져보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회의 이후, 내놓을 삼성전자의 입장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 미국 투자 곧 발표하나
삼성전자는 현재 20조 규모의 미국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후보지 물색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 정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최종 사업 결정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로선 미 정부의 러브콜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미·중의 기술패권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불거질 예기치 못한 변수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역시 반도체 자립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보니,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를 들어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정부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 회의를 앞두고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걱정할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회의 이후에도 업계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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