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부터 주택공급까지..정책 대립에 시장 혼란
정부 정책과 대립 커질듯..부동산 시장 혼란도 지속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양측이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4.7재보궐선거 표심을 좌우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큰 의지를 드러냈던 부동산 정책이 그 대립각의 중심에 섰다. LH 땅 투기 논란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정책의 핵심 축인 정부와 서울시의 대립은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공시가격부터 재건축까지…일촉즉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재조사해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공시가격은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이 올라 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아파트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됐거나 같은 동 안에서도 공시가격 변동률이 크게 다른 경우 등을 찾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동결을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에는 국민의힘과 함께 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를 갖고 주요 부동산 공약 실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강변 35층 높이 규제 완화 ▲용적률 제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산세 완화 ▲공시가격 산정 자체조사 등이다.
12일에는 서울시 주택분야에 대한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정운영에 들어간다. 특히 첫 업무보고 분야가 주택이 될 만큼 부동산 공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보고를 통해 도시재생사업 등 오 시장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부분은 재검토를 지시하고, 주택 공급 공약 실현을 위한 조직 개편 등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의 후보 시절 부동산 공약에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서울시 위원회 및 조직개편 등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재건축 단지 인허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안전진단 정상화 등은 국토부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재건축 관련 고시나 심의 등 행정절차가 더딘 사업장은 서울시 의지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잠실주공5단지나 압구정 현대,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여의도 재건축 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 대립각 세우다 자칫 주택공급 차질 우려도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분석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공약을 제외하면 재건축 인허가나 용적률 규제 완화 등 대부분의 규제들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혼란스럽다. 공시가격 동결과 관련해서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가 조사해 결정하는데,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오류가 아니라면 실제 동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주택 시장에선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6월 이전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공시가격 동결 여부는 매물 출회에 영향을 미칠 변수이기도 하다.
재건축 규제 완화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업 속도가 기대되는 단지들은 단기간 호가가 2억~3억원 가량 급등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게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지만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 집값이 이상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 불안은 오세훈 시장이 관련 공약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공약 실현을 위해선 정부 협조가 가장 중요한 만큼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협력하려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 조율을 위한 창구를 만들거나 민관과 산학이 함께하는 기구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가격 동결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집값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정책 대립이 심해지면 공공이나 민간 주도 모두 시장이 기대했던 주택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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