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서 개나 먹어" 손흥민, 인종차별 희생양 됐다

황민국 기자 2021. 4. 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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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파울을 당해 쓰러진 손흥민(오른쪽) | 게티이미지코리아


승리를 놓친 것도, 파울을 당한 것도 억울한 데 지독한 인종차별의 아픔까지 겪었다. 유럽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경험한 손흥민(29·토트넘)은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으나 본인이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다.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가 끝난 뒤 손흥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를 향한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손흥민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33분 맨유 스콧 맥토미니의 거친 반칙에 쓰러진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맥토미니는 손흥민과의 몸 싸움을 거쳐 돌파를 시도한 뒤 폴 포그바에게 볼을 연결해 에딘손 카바니의 선제골이 나왔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득점 취소를 선언했다. 맥토미니가 손흥민을 제치는 과정에서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격한 반칙이 화면에 선명히 잡혔다. VAR 규칙에 따르면 득점에 관여되는 상황에서 반칙이 나오면 취소한다.

현지 언론은 대부분 맥토미니의 행동이 명백한 파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프로경기심판기구(PGMOL)도 “맥토미니의 파울은 부적절했고, 조심성이 없었다”며 판정에 어떤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맨유 출신의 해설가 로이 킨이 “손흥민급 선수가 저렇게 나뒹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도 3-1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son)이 상대에게 얼굴 한 대를 맞아 3분간 쓰러져 있고, 다른 10명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면 음식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킨과 솔샤르의 발언은 SNS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불을 지폈다. 손흥민이 카바니의 득점이 취소된 지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의 SNS에 “다이빙을 멈춰라” “축구선수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 배우”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는 한 술 더 떠 각종 욕설과 함께 “DVD나 팔아라”, “다이빙을 멈추고 돌아가서 고양이와 박쥐, 개나 먹어라”, “쌀 먹는 사기꾼” 등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쏟아냈다.

손흥민이 최근 SNS에서 EPL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에 맞서는 의미로 1주일간 SNS 활동 중단을 선언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손흥민은 과거 클럽하우스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퇴근길에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DVD 얼마에 파느냐”는 모욕을 당한 적도 있다.

결국,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인종차별을 제지하는 대응에 나서야 했다. 토트넘은 SNS를 통해 “우리 선수 중 한 명이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을 겪었다. 구단은 EPL 사무국과 함께 조사를 거쳐 가장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이다. 손흥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도 “손흥민에게 솔샤르보다 나은 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무슨 일을 하든 먹여 살려야 한다. 자식을 먹이려고 도둑질까지도 해야 한다”라며 “(솔샤르 감독 발언에) 몹시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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