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3년제 학사 폐지 추진.."시대착오적 개정" 논란도
2025년 스페인 3년제 학사 학위 완전 폐지
"학점 장사 방지 효과" VS "시대착오적 변화" 논란도
3일(현지 시간), 스페인 대학부가 3년제 학사 학위 과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부는 새로운 교육 법령을 여름 초에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전히 3년제를 폐지하고 새 체제를 시행하는 데는 4년 정도(202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스페인의 3년제 학위는 전체 학위과정 3,880개 가운데 24개로 약 0.06%의 비율이다.
3년 제 학위 폐지는 2020년 취임한 현 대학부 장관, 좌파 연합 정부의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이 현 대학교육 체제 변화를 주장하며 이루어진 결과다. 이전까지는 전 대학부 장관, 우파 국민당의 호세 이그나시오 웨르트(José Ignacio Wert)가 2017년 도입한 ‘3+2(학사 3년, 석사 2년)’ 체제를 따랐다.
‘3+2’ 제도는 ‘볼로냐 프로세스’(2011년부터 시행된 유럽 간 교육 시스템을 통합 평준화하는 교육 개혁안)에서 온 것으로 유럽 학점교류시스템(ECTS : 유럽 내 표준적인 학점 제도)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교육 체제를 통일해, 학점 교류 및 취업 기회를 넓히려는 목적이다. 가맹국들 내 학생들은 국경의 제약 없이 학업 및 취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전문 교육(석사 과정)에 빨리 투입할 수 있어 대부분의 가맹국들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3+2’ 체제가 실시된 4년 동안, 문제점도 나타났다. 석사 학위의 경우 학사 학위에 비해 학비가 매우 높은데 스페인의 일간지 ‘엘파이스'에 따르면, '3+2' 과정이 석사를 2년 공부하는 이유로 '4+1'과정 보다 1년의 학비를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스페인 노동위원회는 “해당 체제는 사립 대학들의 학위 장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현 대학부는 “유럽 외 미국, 중국, 한국 등의 4년제 학사 체제인 국가들도 많고 해당 학과의 기본기를 다지는 학사 과정이 4년이 되는 것은 실질적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3년제 학위를 4년제로 바꾸자는 제안에 힘을 실었다.
대학부 사무총장 호세 마누엘 핑가론(José Manuel Pingarrón)은 현재 3년제 학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새로운 법령으로 인한 행정적 변경 없이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2’ 체제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교육 법령 자체를 바꾸는 것은 현 체계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진행되기에 합당하지 않고 교육계에 혼란만 가져다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 전 우파(국민당) 정당에서 현 좌파(PSOE, PODEMOS 좌파연립정부)로 체제가 바뀌는 것이기에 정당이 바뀔 때마다 교육체제가 변하는 스페인의 관례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3+2’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체제를 바꾸게 되면, 스페인 학생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 학업과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타 유럽 국가 학생이 스페인으로 유학 오는 것도 더 까다로워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에서 3년에 끝낼 수 있는 학사 과정이 스페인에서는 4년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학습 능력을 평가할 공정하고 쉬운 기준이 사라지며 가맹 국내 학점 교류나 취업 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영국의 세계 고등 교육 기관 분석 회사 QS(Quacquarelli Symonds)에 따르면, 스페인은 고등 교육을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5.7 %로 OECD 최하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이 유럽 표준 학점제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되면 해외 유학생들의 유입은 더욱 감소할 것이고 세계의 다양한 인재가 스페인으로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스페인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바르셀로나 대학 총장 호안 가르디아(Joan Guardia)는 "대학이 4년제 일괄 학위를 갖는 것은 모든 타 유럽 국가의 교육 가치관에 반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화 시대의 시대착오적 발상임을 꼬집었다.
디지털화 및 기술의 혁신으로 다양한 분야의 직종에 관련된 새로운 학과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교육 법령 개정이 스페인 대학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스페인 세비야 = 장혜진 글로벌 리포터 jjii34@naver.com
■ 필자 소개
전 EBS 다큐멘터리 및 교육 프로그램 작가
현 프리랜서 작가 및 기자, 스페인어 통번역사 ,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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