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원에 멱살 잡힌 광복회장..'거침없는 정치 편향' 논란

장용석 기자 2021. 4. 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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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독립유공자 후손에 봉변당한 뒤에도 정치적 발언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친일반민족..미국이 한반도 분단"
김원웅 광복회장이 11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엄수된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열추념식에 참석, 제문을 봉독하고 있다. (광복회)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독립유공자 단체 대한민국 광복회를 이끄는 김원웅 회장의 '정치적 편향'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이 11일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다른 광복회원으로부터 '멱살잡이'를 당하는 봉변을 당한 뒤에도 정치적 발언을 계속 이어간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광복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오후 광복회 주관으로 백범기념관에서 엄수된 102주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열 추념식에 참석, 제문 봉독을 통해 "임정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은 우리 국민의 긍지이자 자랑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일제패망 이후 미국이 한반도를 분단시킴으로써 한국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친일 반민족 기득권 세력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민족배반의 길로 폭주했다. 민초들의 저항으로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으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친일 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 남아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친일청산 없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법통 승계 자격이 없다"는 말도 했다.

김 회장의 '친일 청산' 요구는 지난 2019년 6월 광복회장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치색 짙은 발언을 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일례로 김 회장은 작년 광복절 기념사 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거명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고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친일 행적 인사의 '파묘'를 위한 법률 개정을 요구, 여야 정치권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는 같은 해 8월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선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를 비판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전신)을 향해 "토착왜구가 서식하는 정당"이란 말도 했다.

현행 광복회 정관은 제9조에서 "본회(광복회)는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광복회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역시 제14조1항에서 "각 단체는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작년 광복절 기념사 등 발언은 법률과 광복회 정관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훈처에서도 당시 김 회장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도중 독립운동가 당헌 김붕준 선생의 손자 김임용씨(왼쪽 선글라스)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자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2021.4.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 회장의 정치적 언행에 대한 우려는 광복회 내부로부터도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이다.

이날 오전 임정 수립 기념식 행사장에서 김 회장 멱살을 쥐고 흔든 광복회원 김임용씨(독립운동가 당헌 김붕준 선생(1888~1950)의 손자)도 평소 김 회장을 겨냥해 "사익을 위해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과 회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인물이다.

김씨는 특히 조부모가 만든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광복회가 복제해 각종 행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태극기 복제 등에 관한 사실을 김붕준 선생 후손 측에 알리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이던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썼던 태극기로서 1923년 김씨의 조부모인 김붕준·노영재 선생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선생(1895~1991)이 1987년 국가에 기증한 이 태극기는 2008년 등록문화재 제395-1호로 등재됐고,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광복회는 이 태극기를 복제해 작년 4월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 처음 게양했으며, 김 회장은 이후 광복회가 주관하는 각종 시상식 수상자나 광복회 사무실을 방문한 주요 인사들과 이 태극기 복제품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이 같은 태극기 사용은 임시의정원 태극기에 담긴 '본뜻'을 훼손하는 것이란 게 김씨 측 주장이다.

광복회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 김근수·전월선 부부의 장남으로서 제14대(민주당)·16대(한나라당)·17대(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 4당(민주당·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단일후보로 대전시장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회장은 이후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다 2011년 12월 20여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들로 구성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2019년 광복회장 선거에서 제21대 광복회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김씨를 비롯한 광복회원 및 독립유공자 유족 100여명은 작년 10월 '광복회 개혁 모임'이란 이름으로 김 회장 부모의 독립운동 행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진상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문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하기도 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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