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뉴스> 美 학교들, 전직 대통령 이름 안 뗀다
[EBS 글로벌 뉴스]
해외 소식 좀 더 샅샅히 톺아보는 '톺뉴스', 오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학교 이름 논쟁 준비했습니다.
워싱턴 고등학교, 링컨 고등학교, 에디슨 아카데미.
영어권에서는 이렇게 역사적인 인물을 기리는 학교 이름이 많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름 따서 학교이름 잘 안 짓지만요.
그런데 이 사람들, 알고보니 잘못도 많이 했습니다.
노예도 데리고 있었고, 원주민을 학대하고, 잔인한 동물실험도 했죠.
소수인종에게 잘못을 저지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런 학교이름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회가 이런 학교 44곳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뉴스에서도 지난 1월에 전해드린 소식이었죠.
그런데 이 절차가 최근에 중단됐습니다.
반대가 워낙 거셌기 때문인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엉터리로 지목된 학교가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때 활약한 폴 리비어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 원주민들의 땅을 침략했다고 명단에 포함시켰는데, 알고보니 위원회 사람이 인터넷 게시물을 잘못 읽은 거였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딴 학교도 있습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 의원인데요.
샌프란시스코 시장 시절에 인종차별의 상징 남부연합 깃발을 계양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자기가 건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인 거죠.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시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 일을 추진한 사람들과 같은 민주당 출신인 샌프란시스코 시장, 학교 이름 바꾸는 거 찬성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 등교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휴교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멀어져 있을 때를 노린 게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인 거죠.
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추진한 배경에는 절절한 진심도 있습니다.
흑인 학생, 또는 원주민 학생들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원주민을 학살한 대통령 이름이 적힌 교문을 통과할 때의 그 심정.
위원회는 이 절차를 완전히 취소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완전 등교를 하고 난 이후로 미뤘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학교 이름, 바뀌겠지요.
문제는 절차.
절차를 어긴 일은 올바른 목적조차도 퇴색시킨다.
민주주의,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톱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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