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럼"..깜짝 페르시아어로 이란 민심 달랜 정세균 총리

테헤란(이란)=민동훈 기자 2021. 4.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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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로비에서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쌀럼! 하스테 나버쉬.(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이달 11일(현지시간) 한국 국무총리로는 44년 만에 중동을 찾은 정세균 총리는 이란에서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페르시아어로 정겨운 인사를 건넸다. 매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만명을 넘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만, 한때 중동 시장 최대 교역국이었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양국 협력이 어려워지며 차가워진 이란 민심을 달래고자 고심한 흔적이다.

실제로 최근 이란에서는 한국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태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이어진 경제 제재 조치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당시 미국은 제3국 기업과 개인의 거래도 제재 대상(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거래도 전면 금지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았어야 할 대금 약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묶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일 2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자산 대부분이 해외에 묶인 까닭에 백신이나 치료제 등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 묶여 있는 70억달러는 이란이 보유한 해외자산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란의 정치적 환경도 반한감정을 키우는 이유다. 이란 의회는 의원 3분의 2 정도가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일 정도로 보수적이다. 이들인 애초에 미국 등과의 핵합의(JCPOA) 체결에 반대했고 한국내 이란 동결자산 문제에 있어서도 현 이란 행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 동참하면서 마땅히 줘야할 원유 대금을 주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년전 신라와 페르시아 간 교류의 역사부터 정 총리 개인사까지 밝히는 등 상당부분을 이란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할애했다. 정 총리는 "천 년 전 한국의 고대 국가인 신라와 페르시아가 맺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는 내년 수교 60주년을 바라보는 한국과 이란의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2017년 국회의장으로서 이란을 방문했고 한국 국무총리로서 다시 이란을 방문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20여 년간 종합무역상사에 재직하며 이란 등 여러 중동 국가들과 교역한 경험이 있다"며 "1970년대 이란은 한국에게 호람샤흐르 항만, 이스파한 정유공장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건설을 믿고 맡겼고, 한국의 기업인들은 전쟁 등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공사를 완수했다"고 소개했다.

정 총리는 아스학 자한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회담에서 이란 동결자금 문제에 대한 한국측 노력을 설명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이란 동결자금 문제가 이란 핵합의 복귀와 연계돼 있는 만큼 관련국과의 협의 등 측면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제재의 범주 밖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인도적 교역을 확대해 이란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정부가 이란에 제시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중립국인 스위스에 설치된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한 자금이전, 이란의 유엔(UN) 분담금을 한국내 동결자산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대안이 모두 제재 당사국인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절차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한국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것이 정 총리의 제안인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제약사 간 협력이나 유럽의 승인이 임박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신약 등 한국의 코로나 치료제와 관련한 이란 고위급 협의 등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번 회담과 관련한 이란측 반응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총리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이란의 기대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란의 한국내 동결자산 문제를 넘어 양국관 교류협력 관계 복원이라는 큰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자한기리 부통령에게 방한을 제안하고 양국간 '경제협력 점검 위원회' 설치 하자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란 핵합의 복원을 전제로, 이란 제재가 풀림과 동시에 양국간 전면적이고 신속한 경제협력 추진을 위해 미리 협력 가능사업을 목록화하고 준비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이란 핵합의가 복원되면 제재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교역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정 총리는 "이번 방문이 양국의 우호 관계와 양국 국민의 오랜 우정을 이어나가는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이란이 서로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나가는 파트너로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활기찬 미래로 전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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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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