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조차 접촉 못하는 코로나19 환자 따뜻하게 감싸주는 '신의 손'

정유진 기자 2021. 4. 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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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족조차 접촉할 수 없는 격리병동의 코로나19 환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아닐까. 과중한 업무 탓에 환자의 손을 오래 잡아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브라질의 한 간호사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라텍스 장갑을 환자의 깍지에 끼워준 것이다.

병동에 격리된 코로나19 환자의 손에 따뜻한 물이 채워진 라텍스 장갑이 끼워져 있다. |SNS 캡쳐


브라질 상카를루스 병원의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세메이 쿠나는 “오랫동안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해 의지할 사람 없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전문성 뿐 아니라 공감과 인간으로서의 애정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직접 손 잡아줄 수는 없더라도 “마음으로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현지언론인 G1에 말했다.

고독감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위해 쿠나는 동료 간호사와 함께 ‘가짜 손’을 만들었다. 일회용 라텍스 장갑 두개를 손가락끼리 묶어 연결한 뒤 안에 따뜻한 물을 채워넣으면 온기가 느껴지는 손 모형이 완성된다. 환자들은 이 가짜 손과 깍지를 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특히 인공호흡을 위해 기도 삽관을 한 중환자는 체내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기 때문에, 장갑이 체온을 올려 경직된 손발을 이완시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환자의 손에 올려진 장갑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발명품”이란 반응과 함께 ‘신의 손’이란 이름으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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