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액토즈..20년간의 분쟁사 돌아보니

이현수 2021. 4. 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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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대성공을 거둔 미르의전설2, 위메이드-액토즈는 공동저작권자다

중국 내 시장규모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미르의전설2' 지식재산권(IP)을 두고 위메이드와 액토즈의 약 20년에 걸친 법적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위메이드가 새로운 사업자와 중국 내 미르의전설2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자 액토즈는 탈법적이고 위법한 계약 체결 행위라며 규탄했다.

12일 현재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미르IP와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24개에 이른다. 25개의 중국게임사가 뒤얽혀 있다. 소송 담당 법원만 국내외 15개다. 양사는 서로 IP 사업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한지붕 가족이었던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이렇게 된 데에는 공동저작권을 가진 게임 계약이 공동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메이드-액토즈의 지난 20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민 중국게임으로 불린 PC클라이언트 시기

위메이드는 2000년 액토즈에서 분사했다. 이때 액토즈 창업 멤버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前 액토즈소프트 개발팀장)이 개발 중인 미르의 전설2를 가지고 나왔다. 분사 과정에서 액토즈는 위메이드 지분 40%와 미르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권을 보유하게 됐다.

2001년 11월 중국에 출시된 미르의전설2는 동시접속자 수 60만명을 넘으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 서비스는 샨다(現 란샤)가 담당했다.

2002년 위메이드가 샨다로부터 5개월간 100억원대 로열티를 받지 못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샨다는 위메이드가 개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로열티 지급을 중지했다. 2003년 1월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서비스 계약을 파기했다. 그러자 샨다는 7월 미르의 전설2와 매우 흡사하지만 라이센스가 없는 '전기세계'를 출시한다. 기존 데이터베이스도 이관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는 샨다가 IP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비스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8월 액토즈는 샨다로부터 밀린 로열티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미르의전설2 중국 서비스 계약을 2년 더 연장한다. 수정계약을 체결 후 로열티를 받고서 위메이드가 수정계약에 동의하면 로열티를 받아 전달하는 형식이다.

위메이드가 반발했지만 샨다는 2004년 액토즈를 인수하고 2005년 중국 라이센싱 계약을 3년 연장한다. 당시 중국에서 미르의전설2는 점유율 65%, 동시접속자 80만명을 기록해 기네스 북에 등재된 '중국 국민게임'으로 위엄을 떨치고 있었다.

샨다는 액토즈를 인수하며 원고 중 한 명이 원고이자 동시에 피고가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샨다는 전기세계가 저작권 문제와 액토즈와의 연장계약 부적절성에 대한 송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원만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온라인 게임 사업이 차질이 있음은 물론 나스닥 퇴출 위기까지도 몰릴 수 있었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정부가 저작권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인수 배경으로 작용했다.

위메이드는 샨다와 액토즈를 상대로 10여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나 2007년 2월 중국 인민법원의 화해 조정에 따라 법정화해를 화며 분쟁을 일단락했다. 미르의전설2는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7:3, '미르의전설3'는 8:2로 나누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위메이드는 액토즈가 가진 위메이드 지분 40%를 2000만 달러에 매입하고 전기세계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유력 IP 중요성이 커진 시기의 도래

소송 주체가 자회사로 편입됐고 중국 내 퍼블리싱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상황에서 동반관계 자체는 균열이 일어나지 않았다. 양사는 합의를 바탕으로 별다른 잡음 없이 사업을 전개했다. 위메이드가 2014년 11월부터 샨다의 불법행위를 인지했다고 밝히기 전까지 말이다.

당시 샨다는 IP 홀더 행세를 하며 웹게임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샨다가 전개한 라이센스 사업에서 매출을 올리고, 위메이드에게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2014년 영업손실 314억원, 매출액은 전년대비 28% 하락한 1627억원을 기록했다.

웹게임뿐 아니라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샨다는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을 연이어 시장에 내보냈다. 미르의전설2 모바일 게임은 위메이드에 로열티를 지급하기는 했으나 개발 단계가 아닌 출시 직전에야 계약을 체결하고 샨다가 직접 개발과 사업을 총괄하는 등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샨다가 공동 개발하고 서비스한 '사파극전기'가 성공을 거뒀지만 위메이드는 사후 통보식으로 계약이 체결됐기에 불만을 품게 됐다. 천마시공이 개발한 '아문적전기'가 실패하자 위메이드의 불만은 마침내 폭발한다. 위메이드에게 있어서 IP 게임 실패는 브랜딩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래 먹거리 수명에 대한 문제였다.

위메이드는 2016년 4월 샨다에게 미르의전설2와 관련한 수권서를 갱신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수권서는 일종의 위임장이다. 불법 서버 단속이나 사업 전개 등 법적 자료로도 사용한다. 샨다와 맺은 계약이 끊나면 중국 내 사업 제휴는 위메이드가 관리한다고 나선 것이다.

샨다는 즉각 반발했다. 샨다가 중국에서 IP를 키운 만큼 IP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샨다를 빼고 사업을 진행할 경우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위메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에 미르의전설2와 관련해 계약하고 싶으면 수권서를 꼭 확인하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위메이드는 독자적으로 중국 게임사와 IP계약을 체결하고 불법 게임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07년 화해조서에 대한 시각차

2016년 6월 위메이드는 중국의 킹넷과 미르의전설2 IP를 단독으로 계약했다. 위메이드는 미니멈 개런티 300억원을 조건으로 킹넷과 모바일 게임과 웹 게임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다. 엑토즈는 이에 반발, 동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메이드를 상대로 미르의 전설 모바일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IP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액토즈는 위메이드가 자사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하고 통보했기에 IP 사업에 큰 영향을 주므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위메이드가 공동저작권자인 액토즈와 사전 협의 없이 IP를 일방적으로 사용해 액토즈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IP 가치보다는 로열티 배분 비율이 양사 갈등 원인으로 분석됐다. IP 사업이 게임 영역을 벗어난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전개된 영향이다. 미르 IP로 발생한 로열티 수익은 양 사에 배분된다. 다만 사업 주체에 따라 내용은 달라진다. 로열티 수익을 어떠한 비율로 가져가느냐에 대해 이견이 발생한 것이고 사전 협의에는 이것도 포함된다.

액토즈는 IP 사업 전개를 위해서 협의를 통해 타이밍을 조율하고 전략적으로 나아가자는 태도였고 위메이드는 액토즈도 적극 사업을 전개해 IP 가치를 올리자고 종용할 때였다.

위메이드는 화해조서 수익 배분율을 주장했고, 액토즈는 모바일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대해서는 5:5 비율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게임은 위메이드가 개발하고 업데이트하기에 권리가 크지만 모바일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IP 사업이기에 공동저작권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조서 작성 당시에는 IP로 모바일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던 시기라 이에 관한 조항이 없다. 다만 액토즈가 관련해 제기한 소송은 “수익 분배비율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기각됐다.

◇중국 시장의 특수성

중국 시장에서 해외 업체가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단독으로 중국 진출을 시도해서 성공한 사례는 더 없다. 그만큼 중국 시장은 중국 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16년 위메이드는 킹넷의 계열사인 절강환유와 계약을 맺었다. 킹넷은 샨다에게 1억 위안규모 소송을 당한다. 중국에서는 관례상 개발사에 소송을 걸면 걸었지 플랫폼에 거는 일은 거의 없음을 고려할 때 샨다의 행동은 이례적이었다.

사실 샨다만큼 미르의전설2 IP를 잘 아는 회사도 없다. 19년을 함께해온 동반관계다. PC 온라인 게임 서비스뿐만 아니라, 웹게임, 모바일 게임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했다. 오죽하면 샨다가 IP 홀더인줄 알고 계약하러 오는 중국 회사들이 있을 정도였다. 샨다는 중국 사업 주체에서 절대로 배제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일로 킹넷과 위메이드는 샨다라는 공공의 적이 생겼다. 좋은 우군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킹넷은 2017년 9월로 끝나는 샨다의 계약 이후 미르의전설 IP 헤게모니를 잡을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 반대로 샨다는 밥줄을 치고 들어오는 적대세력으로 인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해 지식재산권법원이 샨다의 손을 들어준 이후에도 위메이드와 킹넷은 절강환유를 통해 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밀월 관계도 2016년 11월 위메이드가 중국 팀탑게임즈와 IP계약을 체결하면서 틀어졌다. 킹넷의 입장에서는 샨다와같은 포지션을 꿈꿨으나 위메이드는 사업을 직접 전개하면서 이를 차단했다. 킹넷은 위메이드의 행보가 탐탁지 않았다.

결국 절강환유는 위메이드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국제중재재판소에 미르의전설2 모바일 게임 및 웹게임 라이센스 계약과 관련해 절강환유의 계약 사항 불이행에 따른 중재 신청을 냈다.

◇2017년 독점라이센스계약(SLA)으로 재점화

2017년 6월 액토즈가 위메이드와 합의없이 SLA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립은 심화됐다. 이후 한국과 중국 법원 그리고 싱가포르 국제 상공회의소(ICC)에서 법률 다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위메이드는 2017년 샨다와 맺은 SLA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샨다가 불법적으로 이익을 편취하는 상황에서 아무 조치 없이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싱가포르 ICC는 2017년 맺은 SLA가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결했다.

액토즈는 한국과 중국법원에서 SLA가 유효하다고 판결을 내린점을 들어 현재 액토즈와 맺은 계약으로 란샤가 중국의 독점권자라고 주장한다.

최근 위메이드가 중국 롱화그룹의 홍콩법인 르네상스 투자관리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점화됐다. 르네상스는 중국 전역에 미르의전설2 PC 클라이언트를 서비스하고 사설 서버 양성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액토즈는 이 계약이 미르2에 관한 란샤의 중국 독점 라이선스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액토즈는 “란샤가 중국에서 미르2 게임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가 존속하는 이상 위메이드는 미르2 PC 클라이언트 게임에 대해 새로운 사업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액토즈가 보유한 권한에 근거해 위메이드 측에 여러 차례 분명히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형식적인 협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와 사전에 신의성실에 맞게 협의했고 그들의 기존 계약보다 계약금이나 수익배분율에 있어서 월등히 더 나은 계약을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반대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와 주주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액토즈는 저작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황금알을 낳는 '미르'IP 로열티에 대한 주도권

과거 중국 게임사는 IP 침해 의식 없이 그냥 사용했다. 일본 IP 홀더 조차 손을 놨을 만큼 중국 회사에게 라이센스 인식은 희박했다. 그러다 웹젠의 뮤 IP를 활용한 천마시공의 '전민기적'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이 계약을 통해 성공을 거둔 이 사례는 정식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중국 기업들이 알게 해준 계기가 됐다. 개발도 상대적으로 쉬웠고, 마케팅 효과도 탁월했다. 무엇보다 불법 사용자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모바일, 웹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이 발생하자, 권리를 방어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법적 근거가 필요해졌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 불법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 7545개, 웹게임이 752개, H5게임이 258개로, 총 8555개에 달하고, 사설 서버는 수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로열티만 제대로 받아도 연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았다.

결국 다툼의 핵심은 라이선스 로열티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다. 미르의 전설 IP가 막대한 수입을 주니 자체개발보다 위험성이 낮고 성공이 보장되는 IP활용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미르' '이카루스'를 보유한 위메이드는 미르의 현재와 미래 가치 확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상황이다. 구오하이빈, 장유주, 치하이이잉, 시에페이, 마오화광 등 다수 임원진이 중국인으로 구성된 액토즈 역시 중국 내 입지를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에페이 액토즈 이사는 샨다 대표 시절 “거짓말을 천 번한다고 해서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며 “위메이드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아 다이나믹한 중국 시장에서 10년 넘게 독자적인 힘으로 미르2IP 가치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우리 저작권이 침해되고 침탈되던 불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몇 년간 계속해왔다”며 “깨끗한 시장구조와 더 커질 미르 IP 시장을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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