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바깥 인물 좇는 야권통합? 자강 먼저..누가 '뚝심'있나 봐야"

'초선 대 중진' 관측 선긋고 "누가 헌신적, 뚝심있냐가 중요"
"당 밖 인물 좇아 우르르..떡고물 먹으려 플랫폼 자처 안 돼 "
"안철수, 합당 이따 하고싶은 듯..먼저 全大해야"
당권도전 여부엔 "내가 잘할 수 있나 생각이 먼저" 여지

지난 3월25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왼쪽)와 당내 경선 맞수였던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유세에서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2일 차기 당권 레이스에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자강과 쇄신', 그리고 '헌신과 뚝심'을 강조했다. 특정 명망가 영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당내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기간 공언했던 국민의힘과 합당을 미루는 데 대해선 '선(先) 전당대회-후(後)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추측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4·7 재보궐선거 승리에 대해 "저희가 참 걱정 많이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이겼다"며 "국민들께서 이번에 여당에 대해 정의나 공정의 문제부터 시작해 부동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하게 혼을 한번 내주셨다. 그럴수록 야당에게 중요하고 잘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재보선 승리 직후 당 쇄신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초선 의원들의 성명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 저희가 사실 '스스로 이겼다'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 당이 '자강'하고 '쇄신'하는 두 가지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 안팎에서 초선 그룹의 행보 등을 미루어 당권 경쟁을 '초선 대 중진' 구도로 해석하는 데 대해선 "'중진이냐, 초선이냐?' 이런 논의보다는 '정말 누가 헌신적으로 하고 뚝심 있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은 "항상 보면 우리의 문제가, 늘 밖에 인물이 있으면 '인물 쫓아 자꾸 우르르 우르르' 가는 경향이 있다"며 "옛날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오셨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서울시장 선거 경선 과정에서 경선이 이뤄지기도 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일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에 나가겠다고 했더니 당에서 전부 다 안철수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 스스로 변하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늘 인물 중심으로 가서 '우리가 플랫폼 한다'고 하면서 '떡고물' 먹을 생각만 자꾸 하는 것 같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야권 대통합을 해야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데리고 와야 된다' 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스스로 변하고 쇄신하는 게 먼저"라며 "그래서 우리 당이 매력적이고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잘하고 그러면 누가 안 오겠느냐. 다 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재보선 선거운동 이후) 며칠 쉬느라고 사실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더 많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필요하면 일을 하는 것이고,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일이 앞에 주어지면 내가 잘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게 먼저"라고 여지를 뒀다.

나 전 의원은 야권통합을 화두로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당을 타진하는 것에 관해 "안 대표는 (합당을) 조금 이따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걸 존중해드리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며 "그래서 제가 우리 당 먼저 (전대를) 하자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초선 의원들의 당권 도전 움직임을 두고는 "당 내에서도 사람을 키우고 미래 인재도 키운다는 점에서 초선들의 도전을 아주 의미 있게 본다"면서도 "또 그렇다고 중진들은 다 집에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진들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각자의 역할이 있지 않겠나. 그런데 정말 우리 당을 어떻게 바꿀 생각은 안 하고 인물 쫓아가면서 '누구랑 친하네, 안 친하네' 이러면서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나 전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표현으로 제기한 이른바 '영남 정당' 프레임에 대해선 "영남 출신이라도 수도권 민심을 잘 읽는 분이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 한쪽으로 쏠려가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전체적인 지도부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영남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고, 계파·밀실·상왕 이런 구태, 구닥다리 정치는 없어져야 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